영국계, 올해 8월까지 외국인 거래액 '절반'
AI·반도체 중심 외국인 매수세…상승 견인
연기금 등 장기투자 성향 미국계는 24%
"외국인, 최대로 유입…조정 리스크 병존"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70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랠리를 이끈 가운데, 외국인 자금 중에서도 영국계 투자자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영국계는 단기 매매 중심의 자금으로, 지수를 빠르게 끌어올린 만큼, 급등 이후 급락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6일 전 거래일 대비 91.09포인트(2.49%) 오른 3748.37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2거래일 연속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동시에 경신했고, 사상 처음 3700선을 넘어섰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6690억원, 기관 8058억원 순매수, 개인 1조4655억원 순매도가 집계됐다. 올해 들어 코스피 누적 상승률은 47.9%다.
![]() |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한미 무역협상의 최종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16일 오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91.09 포인트(2.49%) 상승하며 3748.37로, 코스닥은 0.69 포인트(0.08%) 상승한 865.41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2.90원 하락한 1418.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25.10.16 yym58@newspim.com |
◆ 코스피 상승 견인한 '외국인·기관'…영국계 자금, 8월까지 '절반' 육박
외국인 주도 흐름의 배경으로는 영국계 자금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최근 금융감독원 '2023년 1~8월 외국인 투자자 매매·보유 현황'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전체 거래금액은 약 1247조7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영국 국적 투자자 거래금액이 557조4000억원(44.7%)으로 외국인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24.3%), 룩셈부르크(8.1%), 아일랜드(7.6%) 등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닥도 영국(33.8%)·케이맨제도(30.3%)·싱가포르(26.8%) 순으로 거래 비중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단기 회전율이 높은 투자 자금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미국계 자금이 연기금·롱펀드 중심의 장기 보유 성향이라면 영국계 자금은 헤지펀드, 패시브펀드, 퀀트펀드 등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자가 많아
시장 분위기나 자금 흐름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반도체 중심의 랠리 지속 여부가 단기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시장 자금이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몰릴 경우, 되돌림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와 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의 강세가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국인 수급은 IT(특히 반도체), 전력기기, 원전 관련주 등 글로벌 메가테마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5조6000억원 순매수로, 주가가 연초대비 67% 상승했으며 SK하이닉스는 3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127% 급등했다. 최근 3개월간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9.6%를 순매수한 이수페타시스는 연초 대비 61.9%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5.5%를 순매수한 효성중공업도 259%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 |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한미 무역협상의 최종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16일 오후 코스피가 전장 종가보다 91.09 포인트(2.49%) 상승하며 3748.37로, 코스닥은 0.69 포인트(0.08%) 상승한 865.41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장 대비 3.60원 하락한 1417.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25.10.16 yym58@newspim.com |
◆ 단기성 수급의 '양날의 검'…"추세는 유지, 조정 리스크 병존"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최근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자금 성격상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평가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고 있고, 그동안 한국을 보지 않던 롱펀드(장기투자펀드 운용사)들도 '바이 코리아' 이후 최대로 사들이고 있다"며 "AI 밸류체인에 더해 원전(에너지)까지 보유한 한국 시장의 구조적 매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승 배경을 대내외 요인으로 설명했다. 그는 "스콧 베센트의 대중(對中) 관세 관련 발언 이후, 그간 코스피를 눌렀던 25% 미국 관세 부담 완화 기대가 커지며 자동차주 강세가 두드러졌다"며 "동시에 3분기 실적 상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지수 상승의 근거가 보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비중을 유지하되, 조선·원전·방산과 잠시 주춤했던 금융·배당주 등 방어력 있는 섹터를 함께 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700 돌파를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의 양적긴축(QT) 중단 가능성과 유동성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이 과도한 버블 국면은 아니다"라며 "다만 미국 CPI 등 물가 지표가 장기금리와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속도 조절 국면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도 "AI 자본지출(CAPEX) 확산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며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 변수, AI 수익성 논란, 인플레이션 재부각 등을 꼽을 수 있으나, AI CAPEX 투자 경쟁이 계속되는 한 하방은 견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lee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