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장에 언론사 단전 지시 안해…지휘 권한도 없다"
오는 24일 재판서 '계엄 당일 李 행적' 집중 심리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첫 정식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고유 권한"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17일 오전 10시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위증 혐의 재판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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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25.10.17 photo@newspim.com |
이 전 장관은 지난 8월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남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52'가 적힌 흰색 명찰을 달고 있었다.
재판장이 인정신문에서 생년월일을 묻자 이 전 장관은 "1965년 5월 25일"이라고 답했으며, 직업을 묻자 "바로 직전까지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의 촬영과 중계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피고인의 동의 여부를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판 개시 전 언론사 공판 촬영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 준비기일에 밝힌 것처럼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와 관련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고유한 권한"이라며 "국무위원은 계엄 선포에 반대 의사를 피력하는 것 외에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원천적으로 막을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또한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상 행안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계엄이 실체적 선포 요건을 충족했는지 국무위원이 따지는 것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권을 부여한 헌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변호인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해제될 때까지는 계엄사령관이 임명된 상태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언론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소방청장과 경찰청장에게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먼저 안전에 유의하란 취지를 전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경찰과 협력하라고 했다"며 "이태원 사고를 경험한 피고인은 시민의 안전과 관련한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또한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소방청에 구체적으로 지시할 권한 자체가 없다"며 "정책과 관련 입법에 관여할 수 있는 것뿐이지 구체적인 소방청 행위에 행안부 장관이 지휘할 수 없다. 직무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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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류경진 부장판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언론사 단전·단수, 위증,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2025.10.17 photo@newspim.com |
재판부는 오는 24일 2차 공판을 열고 이 전 장관의 12·3 비상계엄 당일 행적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이 전 장관을 서울에서 수행한 운전비서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특검 측은 비상계엄 당시 이 전 장관의 행적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군사기밀 해제 절차를 밟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과 마찬가지로 향후 재판에서 CCTV 영상을 공개적으로 시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언론의 자유와 국민 생명·안전권을 침해하는 '국헌 문란 행위'를 벌이고,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고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