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챗GPT 없으면 안 돼" 일상에서 AI 의존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사소한 의사결정은 물론 고민이나 부부간 다툼이 생겼을 때 AI에게 잘잘못을 묻는다는 이까지 등장했다. 골치 썩지 않고 그럴듯한 답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보다 편할 수 없다. 그러나 편리함이 깊어질수록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러다 생각하는 능력까지 잃게 되는 건 아닐까?"
MIT 미디어 랩의 실험에 따르면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파 활동량이 현저히 낮았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의 연구 또한 AI도구를 사용할 때 전 전두엽 활성도가 떨어지고 스스로 사고를 정리하는 과정이 줄어든다고 보고한다. AI가 생각을 '대신' 해줄 때마다 우리의 '사고 근육'은 조금씩 약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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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AI에 대한 대학생 인식과 불안 분석' 연구에 의하면 AI 기술 활용에는 긍정적이지만 향후 AI가 인간을 대체할까봐 두렵다는 응답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무조건 멀리하기도, 그렇다고 무한히 가깝게 지내기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체계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AI가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드는 AI 대중화 시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AI를 써라 혹은 쓰지 마라" 가 아닌 "함께 사고하는 공진 도구(co-thinker)로써의 AI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다.
의존이 아닌 협력으로, 효율이 아닌 성장을 위해 AI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여기에 있다. 같은 챗GPT를 써도 '답을 받는' 사용자와 '생각을 확장하는' 사용자의 뇌 활동은 다르다. "이 문제의 답이 뭐 야?"라고 묻는 대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접근법들이 있을까?"라고 물으면 AI는 사고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촉진하는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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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히런트 로고 [사진 =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호주 CSIRO의 협업 인텔리전트 플랫폼 연구에 따르면, 인간과 AI는 인간의 상상력과 사회적 능력 그리고 AI의 분석 및 정량적 능력이라는 서로의 강점을 기반으로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세계 여러 연구기관과 교육기관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뇌·인지과학 기반의 "생각 - 질문- 행동 - 숙고(Think → Ask → Act → Reflect)"의 4단계 실천지침을 제안한다.
우선, AI에게 묻기 전, 3분간 생각(Think)을 예열한다. '자신이 아는 것, 모르는 것, 진짜 궁금한 것'을 짧게 메모해보는 것이다.
MIT의 'pre-thinking' 실험에 따르면, 이런 자기사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기억과 이해 수준이 30% 이상 높았다.
그리고 질문(Ask) 한다. "이 논문 요약해줘" 대신 "이 논문이 편향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해. 내 추측은 이러 이러한데 맞을까?"라고 묻는 방식이다. 즉각적인 답을 얻기보다는 사용자의 생각을 촉진시키는 질문이다.
이때 AI와 사용자가 번갈아 생각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AI에게 초안을 한 번 요청한 뒤 AI를 멈추고 몇 분간 자기 생각을 메모로 작성해본 뒤 이를 다시 AI에게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라고 묻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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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히런트 로고 [사진 =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스탠퍼드의 연구에 따르면, AI와 교대로 사고한 그룹은 단일 의존 그룹보다 개념 통합력과 기억 유지력이 높았다.
답을 얻은 뒤 행동(act)이 중요하다.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복사하는 순간, 기억은 급격히 사라진다. 하버드의 Active Recall 연구는 단순 복습보다 '자기 설명(self-explanation)'이 장기 기억을 40% 이상 강화한다고 밝혔다.
AI의 답을 본 뒤 5분 안에 자신의 언어로 다시 요약한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내용을 세 문장으로 줄인다면? 과 같은 행동 실천이 전두엽과 해마를 자극하며, 사고의 깊이를 지켜준다.
AI의 답에 대한 숙고(Reflect)과정도 필요하다.
언제나 그럴듯한 AI의 대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의심하는 용기가 요구된다. 이 답의 근거는 어디에 있으며 반대되는 관점은 없는지, 다른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등을 숙고한 후 AI에게 답변에 대한 약점을 재 질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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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와 오픈AI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숙고의 과정은 AI의 논리적 취약점까지 인식하는 검증자로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준다.
더불어 한 가지 더. 하루 중 일정 시간, 최소한 한 시간은 AI와 떨어져 있기를 권한다. AI를 쓰지 않는 시간은 단순한 디지털 디톡스 그 이상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KBRI) 연구에 따르면, 하루 1시간의 'AI 없는 시간'을 보낸 실험군은 전전두엽의 집중력과 작업 기억력이 향상됐다. 이 시간 동안에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하거나 독서를 하고 손으로 필사나 일기를 쓰는 등의 아날로그적 경험을 하는 것이 뇌에 좋다. 스크린에서 떨어진 시간만큼 뇌는 스스로 회복하고, 사고 회로는 다시 살아난다.
AI는 우리의 시간을 절약하지만, 동시에 사고의 밀도를 희석시킬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진짜 사고는 느림 속에서 나온다. 뇌 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AI를 잘 쓴다는 건, 답을 얻는 속도가 아니라 생각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와의 관계를 '대체'가 아닌 '공진'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루 3분의 사전 사고, 5분의 자기요약, 1시간의 AI 디톡스. 이 단순한 루틴이 AI 시대의 뇌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가 되고 AI시대 사고력을 지키는 태도가 된다.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더 멀리 밀어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해지지 않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AI와 함께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