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 크렘린궁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을 환영하며, 해당 전략이 "러시아의 인식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국영 TV 기자 파벨 자루빈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조정 사항들은 많은 면에서 우리의 비전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끊임없이 확장되는 군사 동맹'으로 인식하는 흐름을 중단시키고, 그런 현실이 고착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 문서의 입장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페스코프는 미국의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가 구상하는 방향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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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해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차드슨 합동 기지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서명한 국가안보전략은 트럼프의 비전을 "유연한 현실주의(flexible realism)"로 규정하고, 미국이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제시한 대외 원칙으로, 유럽 열강의 아메리카 대륙 개입을 '적대 행위'로 간주하는 대신 미국도 유럽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결과적으로 서반구를 미국의 영향권으로 상정하며 이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규정한 원칙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략 문서는 △유럽이 "문명적 소멸(civilizational erasure)"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 △러시아와 전략적 안정성을 재구축할 필요성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하던 기존 미국 전략 문서들과 달리,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서술된 점이 크렘린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페스코프는 타스 통신에도 이를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냉전 시기 러시아는 미국을 자본주의의 부패한 제국으로 묘사했고,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부르며 양국은 극단적 대립 구도를 이어왔다. 이후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는 서방과 협력을 희망했지만, 미국이 1990년대부터 나토 확대를 본격화하며 양측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 미국의 안보전략이 러시아의 관점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이밖에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핵심 경제·지정학적 각축장"으로 규정하고,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의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포함했다.
한편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서유럽과의 경제·에너지 연계가 약화되자,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전략적 피벗'을 가속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분명한 사실은, 러시아와 중국이 한데 뭉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