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나 어린 2위 에거와 0.98초 차... 활강에선 큰 격차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설마설마했는데... 그는 결국 불혹의 나이에도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 보여줬다. '스키 여제' 린지 본이 주변의 우려를 잠재우며 포디움 맨 위에 올랐다. 감격에 젖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본은 12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25-2026 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활강에서 1분 29초 63으로 1위를 차지했다. 1984년 10월생인 본은 41세 2개월의 나이로 1분29초63을 기록해 2위 마그달레나 에거(1분30초61)를 0.98초 차라는 놀라운 격차로 제쳤다.
남녀 전체를 통틀어 월드컵에서 40대 챔피언이 탄생한 건 스키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2012년 디디에 쿠체가 남자 슈퍼대회전에서 세운 37세였고 여자부 최고령 우승은 지난해 페데리카 브리뇨네의 34세였다.
본의 우승은 2018년 3월 스웨덴 대회 이후 7년 9개월 만이다. 월드컵 통산 승수는 83승, 이 중 활강 44승이다. 첫 우승(2005년) 이후 20년째 월드컵 정상에 서는 셈이다. 활강은 충격·부하가 큰 종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40대 선수의 우승은 국제스키연맹(FIS) 내부에서도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본은 무릎·허리 부상으로 2019년 은퇴했으나 2024년 부분 무릎 인공관절 수술 이후 재활 반응이 안정되자 현역 복귀를 선택했다. 복귀 시즌이던 지난 3월 월드컵 슈퍼대회전에서 2위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시상대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복귀 후 첫 우승을 추가했다.
이번 활강 우승은 기록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본이 세운 1분29초63은 생모리츠 활강 코스에서 최근 5년간 열린 월드컵 여자부 경기 기준 상위권 기록대에 해당한다. 2위와 1초 가까운 차이는 현재 월드컵 여자 활강에서 보기 드문 격차다. 경쟁자인 에거는 2001년생으로 본보다 17세 어리다.


본은 내년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시즌 중반에 나온 우승으로 올림픽 세부 종목별 경쟁 구도에도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FIS는 30대 중반 이후 월드컵 정상급 경기력이 유지되는 사례가 드물다. 41세 본의 이번 우승은 선수 수명과 훈련 설계에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두 번째 활강 경기에도 출전한다.
psoq133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