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주도 시대, AI 기반 맞춤 처방으로 대응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신뢰는 위기에서 쌓인다"
인디브랜드의 강점은 속도와 감각, 대기업의 과제는 변화
"10년 후 코스맥스는 서비스 기업"…제조를 넘어 플랫폼으로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은 K뷰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공식으로 연구 경쟁력, 속도, 글로벌 생산망,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을 꼽았다.
이 회장은 15일 모교인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환경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며 "지금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미래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고객이 전 세계 어디에서 나타나든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글로벌 생산망을 기반으로 한 속도의 경쟁력이 더해져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제는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한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누가 가장 빨리, 정확하게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이를 위해 AI를 활용한 맞춤형 처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수천 개 거래처를 넘어 수만 개 브랜드와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축적된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처방을 빠르게 제안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 회장은 생산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량 생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소량 테스트 생산이 가능한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를 열 개로 만들든, 열 가지를 하나로 만들든 생산성이 같아야 한다"며 "한 사람을 위한 하나의 처방,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약 70%는 완성됐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 대한 시각도 분명했다. 이 회장은 "중국은 현재 세계 2위 시장이지만 1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가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연구·마케팅 거점을 구축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그는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법과 규제를 지키는 신뢰, 돕는 파트너의 자세,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제시했다. 실제 코로나19 봉쇄 당시 상하이 공장 직원들이 40여 일간 공장에 머물며 생산을 지켜낸 사례를 언급하며 "신뢰는 위기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K뷰티의 다음 목표로는 '메이드 인 프랑스'를 대체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가성비에 강한 한국 화장품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하면 프랑스를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며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미 세계 소비자들은 한국인이 사용하는 제품을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근 급부상한 인디브랜드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디브랜드들은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며 속도가 빠르다"며 "대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로레알과 인디브랜드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 핵심으로 스피드, 온라인 대응력, MZ세대 이해를 꼽았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딸이 엄마에게 화장을 배웠지만 지금은 엄마가 딸에게 배운다"며 "이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읽고 실행하느냐가 인디브랜드 경쟁력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장품 산업 역시 기술과 소비 방식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 중 하나라며 향후 5~10년 안에 산업 환경과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미래는 예측보다 준비의 문제"라며 "지금 당장 필요하면서도 10년 후에도 유효한 것은 최고 수준의 연구소와 글로벌 규모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맥스의 업의 본질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연구·개발·생산 전문회사를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연구와 생산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고,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후 코스맥스는 연구와 생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기업이 될 것"이라며 "화장품 연구를 넘어 소비자 연구소 설립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 속에서도 후배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며 현재의 K뷰티 붐이 30년, 50년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경수 회장은 최근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담은 저서 『같이 꿈을 꾸고 싶다』를 출간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