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진전 속 영토 문제는 여전히 난항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제5조에 준하는 수준의 안보 보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 재공격에 대비한 제도적 방패를 구축해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 서명에 나설 여건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베를린에서 8시간 넘게 대면 협상을 가진 뒤 논의 중인 쟁점의 약 90%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미국이 마련 중인 안보 보장은 나토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와 유사한 성격을 띨 것으로 전해졌다.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하도록 규정하며, 우크라이나는 회원국이 아니어서 정식 적용 대상은 아니다. 새 합의안은 러시아가 평화협정을 위반하거나 재공격할 경우 미국의 역할과 대응 절차를 명시하고, 감시(monitoring)·검증(verification)·충돌 방지(deconfliction) 체계와 함께 필요 시 러시아군을 억제하기 위한 무기 지원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 파병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유럽 방위를 위해 공군력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보·물류 지원 제공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제안이 평화협정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영토 문제는 여전히 최대 난제로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 제5조와 유사한 안보 보장을 수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질적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고,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도 미국의 법적·정치적 약속을 "결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말까지 최종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 인사들은 졸속 합의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안보 보장 패키지를 상원 표결에 부치는 데 개방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측근들은 상원 승인이 "어떤 행정부 아래서도 미국이 키이우와 함께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조약이 아니더라도 의회의 법적 승인을 통해 차기 행정부에서도 효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참여한 안보 보장 구상이 평화안에 포함될 경우 강력히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으며, 영토 문제와 미국 개입을 "수용 불가"로 규정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이번 안보 보장 제안이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남은 영토 분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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