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역풍 우려 당내 이견...여론 악화땐 유보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 규명을 위한 야권의 특별검사(특검) 수사 요구를 일축하고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의 후속인 종합 특검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 대표의 '선택적 특검' 추진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여론이다. 국민적 관심은 특검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3대 특검보다는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정교 유착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수백억 원을 들여 실시한 특검으로 웬만한 의혹은 규명된 상황에서 추가 특검이 필요하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교 유착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하다. 정 대표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이 수사를 잘했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밝혀야 할 의혹이 산더미"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 세력에게는 그 어떤 관용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완전한 내란 청산에 당정대가 국민과 한뜻,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3대 특검이 마무리하지 못한 내란 의혹에 2차 종합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 당정대가 원팀으로 똘똘 뭉쳐 남은 의혹까지 철저히 밝혀내겠다"고 했다.
종합 특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정 대표는 통일교와 여권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특검 요구를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통일교 특검 주장은 수용 불가이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등이 주장하는 통일교 특검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일교 특검으로 물타기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정 대표의 입장은 분명하다.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 특검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채 종합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종합 특검을 강력히 요구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그렇다고 종합 특검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당 안팎의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고 있는 데다 여론의 흐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흐름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정교 유착 문제를 배제한 채 1년이 지난 내란 등 2차 특검을 하는 데 대해 여론이 동의할 것이냐를 자신할 수 없다. 선택적 특검에 대한 여론의 역풍 가능성도 부담이다. 당 일각의 부정적인 기류가 이를 대변한다.
3대 특검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김건희 특검이 28일 끝나면 3대 특검은 막을 내리게 된다. 특히 내년 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기소된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지면 3대 특검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장의 특검 수사를 한 마당에 새로운 성과를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2차 특검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교 유착은 다르다. 새로운 사건이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하는 등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등 국민의 관심이 적지 않다. 당초 10여 명의 정치권 인사 이름이 오르내린 만큼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그나마 여당이 추진하는 종합 특검에 정교 유착 문제를 포함시킨다면 최소한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일정 부분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선택적 특검이라는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어서다. 정교 유착은 배제한 채 입맛에 맞는 특검만 추진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당 일각에서조차 "통일교 관련 특검에 반대하면서 2차 특검을 추진하는 것을 국민이 선뜻 받아들이겠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정교 유착 특검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사태를 어렵게 정리한 마당에 다시 파문을 키울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정치 공세 차원의 특검 추진은 하되 여론의 기류가 부정적으로 흐르면 종합 특검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