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여자 바둑에 '김은지 시대'가 활짝 열렸다.
김은지 9단은 1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0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최정 9단을 179수 만에 흑 불계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 김은지는 데뷔 후 처음으로 하림배 정상에 올랐다.

이 우승으로 김은지는 올해 다섯 번째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하찬석국수배 영재최강전을 시작으로 해성 여자기성전,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난설헌배에 이어 하림배까지. 11월 하순 이후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쓸어 담은 성과다. 숫자보다 흐름이 더 압도적이다.
상대는 오랫동안 여자 바둑의 최정상이었던 최정이었다. 김은지는 이날 승리로 상대 전적을 11승 21패로 좁혔고, 올해만 놓고 보면 6승 5패로 앞섰다. 타이틀전 맞대결에서도 올해 열린 결승 매치에서는 김은지가 2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최종국에서 흑을 잡은 김은지는 포석 단계부터 주도권을 쥐었다. 중반 들어 우변 백돌을 강하게 압박하며 국면을 단숨에 유리하게 끌고 갔다. 반전을 노린 최정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고, 백 대마가 잡히면서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대국 후 김은지는 "초반에 생각했던 포석 흐름으로 잘 풀려서 유리하게 출발했다"며 "중반 이후도 쉽지는 않았지만 집이 많다고 느껴서 흐름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올해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고, 내년에는 종합기전에서도 올해와 같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은지는 12월 여자 랭킹에서 최정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고, 통산 우승 횟수는 12회로 늘었다. 이달 맞대결에서도 4승 2패로 앞서 있어 내년 1월 랭킹에서도 선두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00만원. 제한 시간은 '피셔 방식'으로 각자 30분에 추가 시간 30초다.
18세 5관왕 그리고 여자 랭킹 1위. 이제 김은지는 더 이상 '차세대'가 아니다. 한국 여자 바둑은 이제 김은지의 시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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