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박서영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사회를 거부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사회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주호영 부의장이 사회를 계속 거부하면 필리버스터가 강제로 중단되는 본회의 정회를 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우원식 의장은 23일 오후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된 후 "주호영 부의장에게 공식 요청드린다"며 "오늘 오후 11시부터 내일(24일) 오전 6시까지 사회를 맡아달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장은 "현재 사회를 보는 의장단은 과도한 피로에 의해 건강상 불가피하게 무제한 토론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며 "국회법 해설에 규정된 바 무제한 토론 실시에 있어 회의 진행 중 정전 등 불가피한 사유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 정회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원식 의장은 이어 "현재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하루 12시간씩 맞교대 사회를 보고 있고 이번 2박3일 무제한 토론은 각 25시간씩 사회를 보고 있다"며 "22대 국회 개원 이후 10회에 걸쳐 약 509시간 무제한 토론이 있었는데 주 부의장은 10회 중 7회 사회를 거부하고 34시간 사회만 맡았다"고 말했다.
앞서 우원식 의장은 2025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본회의에 상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의제와 상관없는 발언으로 시간을 끈다며 정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나경원 의원 필리버스터는 강제로 중단됐다가 이후 재개됐다.
우원식 의장의 공개 요청에 주호영 부의장은 직접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우원식 의장이 '피로'를 핑계로 필리버스터를 협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의장이 스스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하면서 특정 시간대를 찍어 떠넘기고 이를 거부하면 회의를 멈추겠다는 태도는 의사진행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운 권한 행사"라며 "필리버스터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되 실제로는 의장의 권한에 종속시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 의회 운영 실패를 넘어 국회의장 본인의 편의를 위해 절차를 흔드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우 의장이 강조하는 의회 민주주의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가짜뉴스에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날 낮 12시 12분쯤 본회의에 상정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무제한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24시간 뒤인 오는 24일 낮 12시 30분 전후로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ac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