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증설 미이행·자재 부족도 드러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ITX-마음' 열차 납품을 상습적으로 지연시킨 제작사 다원시스를 상대로 수사 의뢰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 선급금 목적 외 사용과 생산라인 증설 미이행, 자재·부품 부족 등 다수의 계약 위반 정황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26일 다원시스의 ITX-마음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안을 조사한 결과 계약 불이행과 규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의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납품 지연 및 추가 수주 과정의 적절성 논란을 계기로 시작됐다.
코레일은 ITX-마음 신규 차량 도입을 위해 다원시스와 세 차례에 걸쳐 총 474량, 약 9149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8~2019년에 체결된 1·2차 계약 물량 가운데 상당수가 납품 기한을 2년 이상 넘기고도 여전히 납품되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1차 계약(150량)에서는 30량이, 2차 계약(208량)에서는 188량이 미납돼 1·2차 계약 전체 미납률은 61%에 달한다. 2024년 4월 체결된 3차 계약(116량)의 경우 계약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차량 제작을 위한 사전 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아 추가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다원시스의 선급금 집행 방식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국토부가 지출 증빙을 확인한 결과, 1·2차 계약 선급금 일부가 ITX-마음 차량 제작과 무관한 일반 전동차량 부품 구매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계약 법령상 선급금은 해당 계약 이행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2차 계약 선급금 2457억원 가운데 1059억원 상당이 1차 계약분 차량 제작에 전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이는 계약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생산 여건 역시 납품 지연을 해소하기에 부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원시스 정읍공장에 대한 현지 조사 결과 완성차 제작에 필요한 주요 자재와 부품이 2~12량 분량만 확보돼 있어 적기 생산을 위한 필요 물량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3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계약 이행 의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원시스는 1·2차 계약 납품이 장기 지체된 상황에서 3차 계약 체결 직전인 지난해 초에만 납품 물량을 월 4량에서 12량으로 일시 확대했다가, 계약 체결 이후에는 납품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3차 계약 체결 당시 기술제안서를 통해 약속했던 생산라인 증설 역시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를 계약 당시 제출한 이행 계획을 따르지 않은 중대한 위반 사례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원시스에 대한 수사의뢰와 함께 코레일과 다원시스 간 계약 관리 전반에 대해서도 감사를 신속히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 사항이 드러날 경우 관련 책임자에 대해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