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남정훈 기자 = 부산 KCC를 이끄는 이상민 감독이 2025년의 마지막 밤, 새해를 앞두고 단 하나의 바람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무조건 우승이다."
KCC는 31일 오후 9시 30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원주 DB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맞대결을 치른다. 이날 경기는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농구와 함께 맞이하는 '농구영신' 매치로 열린다. 농구영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에 농구를 결합한 이벤트 경기로, 2016년 첫 도입 이후 매년 높은 관심과 매진 행렬을 이어온 KBL 최고의 흥행 카드다.

이번 농구영신의 무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순위 싸움의 중요성 때문이다. KCC와 DB는 나란히 16승 10패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이날 승리를 거두는 팀은 단독 3위로 도약하게 되며, 패배하는 팀은 4위로 내려앉는다.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부다.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KCC가 모두 웃었다. 이미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KCC는 연이은 부상자 발생으로 로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상민 감독의 표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묻어났다.
이 감독은 "부상자가 많아 고민이 컸다. 그래도 기존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면서도 "다만 가용 인원이 적다 보니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높이 싸움에서 밀리는 장면이 나오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느껴진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최근 출전 시간이 크게 늘어난 허훈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상민 감독은 "일정이 워낙 빡빡해서 걱정이 많다"라며 "선수들이 지금까지는 버텨줬지만,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높이와 체력에서 어려움이 드러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동현, 윤기찬, 윌리엄 나바로 등 기존 자원들이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점은 감독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이번 경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양 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의 맞대결이다. KCC의 허훈과 숀 롱, DB의 이선 알바노와 헨리 엘런슨은 각각 리그 정상급 가드와 빅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민 감독은 "DB는 알바노와 엘런슨을 중심으로 파생되는 공격이 많다. 이에 대한 대비를 준비했다"라며 "반대로 DB 역시 허훈과 숀 롱을 집중적으로 견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 과정에서 윤기찬, 나바로, 김동현 같은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 몫을 해주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허웅의 출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상민 감독은 "몸을 풀고는 있지만,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라며 "본인은 한 번 해보겠다고는 하는데, 무리시키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 있는 선수들로 경기를 풀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이날은 '농구영신'으로 경기가 진행한다. 오후 9시 30분에 팁오프 되어 경기 종료 후 새해를 맞이하는 타종 행사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상민 감독은 첫 농구영신 경험이다.
이상민 감독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우리 팀에 조금 일찍 자는 선수들이 있다. 지금이 자는 시간인 선수들도 있어서 자는 시간에 경기를 하는 거다. 어느 팀이 낫다고 하기보다 서로 썩 좋지 않을 거다. 선수 시절 해외에서 늦은 시간에 경기를 해봤는데 나는 밤 경기가 낫다. 오전이나 낮 경기가 더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앞둔 마지막 질문은 새해를 앞둔 감독의 소망이었다. 이상민 감독의 답변은 짧고 분명했다. 그는 "우승하고 싶다"라며 "감독이라는 길을 선택했으니, 우승은 농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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