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입금 39조원…재무 부담도 가중
균형성장 핵심 인프라 맡았지만
곧 찾아올 리더십 공백에 재정 부담 지속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산영덕고속도로 사고를 계기로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시선이 따갑다. 제설 논란과 지역 조직 관리 문제에 더해 차입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도 누적되는 상황이다. 함진규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현 정부의 '5극3특' 교통망 확충 기조에 부합하는 리더십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 제설 규정 안 지켰나… 안전관리 논란 속 재무 부담도 가중
26일 국토부 따르면 이달 11일부터 도공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지난 10일 서산영덕고속도로 남상주나들목 일대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다. 당시 차량 10여대가 연쇄적으로 충돌하면서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정부는 사고 당시 제설 작업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내부 절차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도공이 사고 구간에서 제설제를 사전 살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로제설업무 수행요령'에 따르면 강설이나 강우로 도로 살얼음이 우려되는 경우, 대기 온도 4℃ 이하이면서 노면 온도 2℃ 이하로 하강이 예상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제설제를 예비 살포해야 한다. 이번 사고 구간에서는 해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달 열린 국토부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현장 판단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관리 부실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함 사장은 "기상청 강우량 관측 자료가 새벽 시간대 '제로'로 나타났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인근 구간에는 제설제를 살포했다"며 "사고 구간은 비상근무자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량 운전자들이 대피 요령을 지키지 않아 2차 사고 위험이 컸다"며 사고 원인을 일부 운전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자, 김 장관은 "'절대로 인명 피해가 나지 않게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져야 하지 않겠냐"며 질타했다.
국토부는 감사와 별도로 이달 29일까지 도로공사 9개 지역본부와 59개 지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실태 점검도 병행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사는 비교적 안전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지역본부나 지사는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해 확인과 교육을 함께 진행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공에 대한 감독과 통제 강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재무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도공의 상반기 매출액은 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2억원으로 6개월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고속도로 신규 노선 건설과 기존 노선 확장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기조도 이어졌다.
순차입금은 2023년 말 35조원에서 2025년 6월 말 39조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부채 규모는 4조594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576억원)보다 7.62% 늘었다. 부채비율도 86.99%에서 91.83%로 4.84%포인트(p) 상승했다.
도공 관계자는 "사옥과 유휴부지 등 불요불급한 자산을 정비하고, 출자 목적을 달성했거나 핵심 기능과 무관한 출자회사에 대해서는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 조달 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조달 채널 다변화 등을 통해 금융비용 최소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사장 임기 만료 앞둔 도공…'5극3특' 속 리더십 어디로
다음 달 함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부 불안도 커지고 있다. 2023년 2월 전 정부 당시 임명된 인물로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 수도권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명 당시부터 도로·교통 분야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행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직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까지 거론된 바 있다.
현 정부가 국가 균형성장 전략으로 '5극3특' 현실화를 강조하면서 도공의 역할은 오히려 확대된 실정이다. 권역별 60분 생활권 구축이라는 핵심 과제에 맞춰 교통망을 확충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지녀서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극 권역을 중심으로 간선도로와 BRT(간선급행버스) 확충, 권역 간 연결 도로망 구축이 교통계획 일원화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공은 단순 관리 기관을 넘어 속도감 있는 건설과 유지·개량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도로 건설과 재정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수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내부에서도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고속도로 건설 공사비 중 정부 출자 비율은 약 40% 수준이며, 나머지 재원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과 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고 있다. 정부의 고속도로망 건설 계획에 따른 신규 노선 추진에 더해 노후 도로와 구조물에 대한 시설 개량 투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세종 등 대규모 건설 노선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노선 건설 부담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고속도로 관리 연장 증가에 따른 유지·보수와 시설 개량 비용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투자 부담이 상당하다.
도공의 차입 규모 역시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83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한 달 기준으로 이 정도 규모의 사채를 발행한 것은 2023년 3월 1조 1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도로공사의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공은 정부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고속도로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정책적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김경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국가 균형발전과 혼잡 노선 개선을 위해 고속도로망 확충 계획이 지속되고 있어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현금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최고 수준의 재무 융통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