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KIR-110·310 1상 중간 결과 발표 예고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HLB가 간암·담관암 신약에 이은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임상 1상 중간 결과가 연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기존 CAR-T 치료제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LB 그룹 계열사인 HLB 이노베이션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고형암 치료제 'SynKIR-110'과 혈액암 치료제 'SynKIR-310'으로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회사는 연내 두 파이프라인의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두 파이프라인은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의 'KIR-CAR' 플랫폼을 통해 도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KIR-CAR 플랫폼은 스플릿-체인(split-chain) 설계를 기반의 NK세포 신호전달과 T세포의 강력한 작용력을 결합하는 기술로 전임상 모델에서 지속적인 항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인공적으로 결합된 단일체인 구조 특성상 암 항원을 인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활성 신호가 발생해 T세포가 조기에 탈진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베리스모의 KIR-CAR 플랫폼은 수용체와 신호전달 부위를 병렬식 멀티 구조로 설계해 CAR-T가 암세포를 접촉할 때만 활성화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도출한 고형암 신약 후보 물질 SynKIR-110은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면역항암학회(SITC 2025)'에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SynKIR-110은 기존 CAR-T 대비 한층 개선된 안전성 프로파일과 강화된 항종양 활성을 보였다. KIR-CAR 플랫폼 기술이 기존 CAR-T의 한계로 지적돼 온 'T세포 탈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입증한 셈이다. 해당 학회에서 발표된 SynKIR-110의 전임상 데이터는 총 1300건의 초록 중 150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CAR-T 치료제는 혈액암에서만 상업화에 성공했을 뿐, 고형암에서는 기술적 한계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CAR-T 치료제는 모두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으며, 고형암을 표적으로 한 CAR-T 치료제는 승인된 사례가 없다.
이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조차 고형암 CAR-T 개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베리스모는 개발 실패의 원인이 고형암 자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고 보고, 조기 탈진과 지속성 문제를 개선한 KIR-CAR 플랫폼을 앞세워 고형암 CAR-T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상 결과 SynKIR-110은 메소텔린(Mesothelin)을 발현한 종양세포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면서도, 타깃 항원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활성화 및 사이토카인 방출이 최소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기존 CAR-T에 비해 활성화 및 탈진 신호가 낮게 유지돼 세포 기능이 장기간 지속됐다.
현재 SynKIR-110의 임상 1상은 메소텔린 양성 난소암, 중피종,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메소텔린 발현 고형암은 면역치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미충족 수요가 높은 편이다. 첫 중간 결과가 상반기 중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형암을 타깃으로 한 CAR-T 치료제의 차별점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SynKIR-310은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목표 적응증은 기존 CAR-T 치료 이후 암이 재발하거나 CAR-T 치료를 경험하지 않은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이다.
지난해 말 '미국혈액학회(ASH 2025)'에서 발표된 전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CD19 CAR-T 치료제인 티사젠렉류셀 대비 종양 축소 속도가 빠르고 항종양 효과가 더욱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CD19 치료제의 주요 한계로 꼽혀온 높은 사이토 카인 방출 증후군(CRS) 발생률과 독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입증했다.
CAR-T 치료가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치료 후 1년 이내 재발하는 환자 비율이 50~6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CAR-T 이후 재발 환자들은 반복적인 치료 실패를 겪는 고저항성 환자군으로 분류되며, 구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중앙 전체생존기간이 6~9개월 수준에 불과하다.
베리스모는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겨냥해 KIR-CAR 플랫폼을 적용한 SynKIR-310의 독창적 신호 설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될 경우 혈액암 CAR-T 치료제 시장에서 단순한 후발주자를 넘어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LB의 CAR-T 치료제 개발 전략의 배경에는 베리스모의 인적 구성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리스모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CAR-T 연구진이 분사해 설립한 기업이다.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C. 밀론(Michael C. Milone) 박사는 글로벌 최초의 상업용 CAR-T 치료제인 노바티스 '킴리아' 공동 개발자로, CAR-T 치료제의 임상 개발과 상용화 과정을 경험한 인물이다. 여기에 CAR-T 치료제 개념을 확립한 선구자로 평가받는 펜실베이니아대의 칼 준(Carl H. June) 박사가 과학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초기 CD19 CAR-T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를 경험한 연구진이 임상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베리스모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초기 CAR-T 치료제에서 드러난 속성·종양 미세환경 내 기능 저하 등 한계를 바탕으로, KIR‑CAR라는 새로운 구조를 통해 기존 CAR‑T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은 2020년대 후반까지 연 2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 2030년에는 1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2020년대 중반 이후 연 10%대 중반 이상의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s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