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에서 배짱 있는 투구로 가능성 보여준 뒤 류지현호 전지훈련도 참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삼성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으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탠 좌완 파이어볼러 배찬승. 이제 막 프로 2년 차를 맞이한 그의 다음 시즌 행보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배찬승은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대구 옥산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협성경복중학교, 대구고등학교를 거친 그는 지역 출신 유망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 온 '로컬 보이'다. 삼성은 지역성과 잠재력을 모두 갖춘 좌완 강속구 투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구단의 기대는 계약 조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은 배찬승에게 계약금 4억원을 안겼다. 이는 구단의 상징적인 에이스 원태인이 입단 당시 받았던 3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금액으로, 삼성 역대 계약금 규모로는 이정호(5억3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한다. 그만큼 구단이 바라본 배찬승의 미래 가치는 분명했다.
높은 평가의 이유는 명확했다. 배찬승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구속이다. 평균 시속 151.7km, 최고 시속 158km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로,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유형이다. 강속구 투수에게 종종 따라붙는 제구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인 요소였다. 좌완 파이어볼러이면서도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할 수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삼성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구종 특성 역시 라이온즈 파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찬승의 포심 패스트볼은 자연스럽게 커터성 움직임을 동반하며 타구를 땅으로 눌러놓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 유형으로, 타자 친화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삼성에게는 최적의 자원이라는 기대가 따랐다.
이러한 기대 속에 프로 무대에 입성한 배찬승은 데뷔 시즌부터 불펜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첫해에만 65경기에 등판해 50.2이닝을 소화하며 2승 3패 19홀드,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34개의 볼넷으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1.66으로 다소 높은 수치를 남기긴 했지만, 프로 첫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피홈런 억제 능력이었다.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을 사용하면서도 시즌 내내 허용한 홈런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이는 배찬승이 가진 땅볼 유도 능력이 실제 경기에서도 효과적으로 발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가을 무대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배찬승은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김주원, 최원준, 박민우를 차례로 돌려세우며 완벽한 삼자범퇴로 가을야구 데뷔전을 장식했다. 이어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3-3으로 맞선 8회, 한유섬과 고명준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3차전에서 고명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잠시 고개를 숙이기도 했지만, 4차전에서는 곧바로 반등했다. 2-2로 맞선 8회 무사 3루라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삼진 두 개를 솎아 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과 구위는 배찬승의 또 다른 강점으로 각인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들의 평가 역시 후했다. 다음 시즌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되는 최형우는 KIA 시절 상대 투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건으로 배찬승을 꼽았다. 최형우는 "배찬승, 그 친구 공이 솔직히 좀 무서웠다"라며 "볼 자체도 좋은데 무엇보다 자신 있게 던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상상이 안 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활약은 자연스럽게 대표팀 기회로도 이어졌다. 배찬승은 입단 동기 정우주와 함께 지난해 11월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체코·일본 평가전)에 참가한 데 이어,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엔트리 성격의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제무대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성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사이판에서 선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린 배찬승은 귀국 후 삼성의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괌으로 이동해 새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프로 2년 차를 맞는 시즌이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한 단계 위를 향하고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흔히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데뷔 시즌 성공을 거둔 뒤 이듬해 상대 팀의 집중 견제 속에 부진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서는 배찬승의 경우 오히려 더 큰 도약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의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2년 차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왔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2023년 인천고 출신으로 입단한 이호성은 데뷔 시즌보다 2년 차에 등판 경기 수를 크게 늘리며 프로 무대에 적응했고, 2025시즌에는 팀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 9세이브를 기록하며 가을야구의 중심에 섰다. 내야수 이재현 역시 2년 차 시즌이던 2023년 143경기에 출전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2026시즌 삼성은 탄탄한 야수진에 최형우의 합류라는 호재를 안고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불펜 자원들까지 모두 돌아오며 전력은 한층 두터워졌다. 목표는 단순한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우승이다.
그 중심에서 배찬승은 여전히 필승조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데뷔 시즌의 경험을 발판 삼아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배찬승은 삼성 불펜의 핵심을 넘어 팀을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