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가뭄 여전…집값 하향 안정화엔 한계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향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연일 내놓으면서, 정부가 보유 주택 매각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 기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을 '마지막 탈출 기회'로 규정하고 재연장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자, 시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의 매도 물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매물 증가가 곧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데다, 거래 여건 역시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와 세제 압박만으로는 주택 가격을 구조적으로 끌어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다주택자 압박에 매물은 늘었지만…거래는 '정체'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경한 정책 신호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까지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부터 다주택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린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다. 지난달 23일 SNS를 통해 관련 메시지를 낸 이후 열흘만에 매물이 4.9% 증가한 것이다.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세금 부담을 의식한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인 매각에 앞서 시장 반응을 탐색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매물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래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매각을 염두에 두고 가격 조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은 있지만 급격한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는 매물의 상당수가 즉시 거래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경우 매도 이후 실거주 요건이나 명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보증금 반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높이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도 거래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금 부담 때문에 매도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긴 하지만, 대부분은 시세보다 크게 낮추면서까지 급하게 처분할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면서 "전세 세입자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매물 늘어도 공급 가뭄은 여전…집값 하향 안정화엔 한계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서며 매물이 일정 수준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예년 평균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 공백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방식만으로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에 출회되는 매물 상당수가 이미 수요가 충분한 지역에 집중돼 있는 데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새 아파트나 핵심 입지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여서 가격 하향 압력으로 작용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압박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라는 신호를 만들 수는 있지만, 거래 활성화나 집값 하향 안정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세금 부담만으로 시장 흐름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 압박은 매도 시점을 앞당길 수는 있어도, 가격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은 되기 어렵다"며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어도 결국 수요가 받쳐주는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책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중장기적인 공급 일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시장 불안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