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문턱 넘는 주행 성능도 개선
중국 공세 속 삼성의 승부수는 서비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바닥에 물을 쏟자 로봇청소기는 흡입을 멈추고 경로를 바꿨다. 삼성전자의 새 로봇청소기는 단순한 흡입 기능을 넘어서 인공지능(AI)이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AI 인식과 주행 제어, 위생·보안 기술을 결합한 종합적인 기술 경쟁력으로 중국 업체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다.

◆AI가 바닥에 쏟은 물까지 인식...흡입력은 물론 판단 능력까지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스토어 강남점.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먼저 만났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흡입력이다. 바닥에 흩어진 과자 부스러기나 머리카락은 물론, 매트 틈에 박힌 먼지까지 한 번에 빨아들인다. 삼성전자가 강조한 10W급 흡입력은 실제 사용에서도 성능 차이가 분명했다.
물걸레 기능에서도 차이가 났다. 100℃ 스팀 살균이 적용된 물걸레는 청소 후 바닥에 남는 꿉꿉한 냄새를 거의 제거했다. 특히 냄새 원인균으로 알려진 모락셀라균까지 99.999% 살균했다는 설명처럼, 청소 이후 바닥 상태가 비교적 오래 쾌적하게 유지됐다. 전용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관리 부담을 크게 줄였다. 자동 세척 구조가 개선돼 물걸레 관리에 손이 덜 간다는 점도 체감됐다.
기술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 인식 능력이다. 바닥에 쏟은 물이나 반투명 액체를 피해 경로를 수정하는 장면은 기존 로봇청소기와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RGBD 카메라와 IR 카메라를 함께 활용해 투명한 액체까지 인식하는데, 실제로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 걸레를 망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작은 장애물뿐 아니라 액체까지 구분해 인식한다는 점에서 '청소 판단 능력'이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다.

주행 성능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넘지 못하던 두꺼운 매트나 문턱을 무리 없이 올라섰다. 승월(문턱·매트 등을 넘어가는 주행 능력) 높이가 45㎜까지 확대된 덕분이다. 5개의 휠 구조로 균형을 잡아 주행이 안정적이고, 매트 위에서 헛도는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매트 청소가 중요한 이유를 고려한 설계라는 설명이 체감됐다.
자동 급·배수 기능은 '편의성의 끝판왕'에 가깝다. 물이 부족해 청소가 중단될 걱정 없이 외출 중에도 청소를 맡길 수 있다. 급·배수 관리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다 보니 로봇청소기를 켜두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도 크게 줄었다.
카메라가 탑재된 제품인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사용 과정에서 관련 설정과 안내는 비교적 명확했다. 민감 정보는 OS와 분리된 보안 칩에 저장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온다. 스마트폰에서 쓰던 보안 체계가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였다. 빅스비 기반 음성 제어도 실사용에서 편리했다. "침실은 빼고 청소해", "내일 오전 10시에 시작해"처럼 자연스러운 말로 명령이 가능해 앱을 열 필요가 없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위생과 청소 성능, 주행 안정성, 보안까지 전반적인 사용 경험을 강화해 로봇청소기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제품인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 공세에 삼성의 선택은?...설치·관리·AS로 차별화
임성택 부사장은 "중국 기업의 로봇청소기 기술이 많이 발전해 있으며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약 60%를 차지하고, 로보락이 국내외에서 약 46%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영향력이 커진 점도 인정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성능만으로는 경쟁의 우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흡입력이나 센서 성능처럼 눈에 보이는 스펙의 진화 속도가 빠른 만큼, 단순한 부품 경쟁을 넘어 설치와 관리, 서비스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사용 경험이 새로운 경쟁 축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임 부사장은 "하드웨어 자체 성능의 진화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설치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새로운 승부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반영됐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청소 성능뿐 아니라 관리와 AS까지 함께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 급·배수 모델 특성상 설치 부담이 큰 점을 감안해, 주문 한 번으로 가구 리폼부터 설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소비자가 별도로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볼 필요 없이 전담 설치자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설치를 진행하고, 설치 후에는 전용 품질 검증을 거쳐 상태를 확인한다.
사용 이후 관리에서도 차별화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AI 구독 클럽을 통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엔지니어가 방문해 배터리·센서·모터 등 주요 부품을 점검하는 방문 케어와, 필요한 소모품을 교체 시점에 맞춰 제공받는 셀프 케어 옵션을 마련해 선택 폭을 넓혔다.
AI 구독 클럽 2.0 가입 고객에게는 신속한 AS와 제품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는 AI 알림, 빠른 설치 서비스 등이 포함된 '블루 패스' 혜택도 제공된다. AS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담당하며, 전국 117개 로봇청소기 서비스 센터를 통해 평균 1.4일 내 수리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성능 경쟁을 넘어 설치·관리·AS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서비스 체계를 통해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