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국가 통제 강화 우려…교사 자율·면책 장치부터 마련해야"
전교조 "쟁점 다뤄도 안전한 제도 환경 부재…실질 보호 체계 시급"
[서울=뉴스핌] 황혜영 기자 = 신학기를 앞두고 교육부의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면서 교실 속 민주시민교육의 방향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수업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헌법·선거·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토의·토론 수업을 체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참여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학교 민주시민교육법'(가칭) 제정과 토의·토론 수업 교수·학습 원칙의 법제화 등 제도 정비 방안도 제시했다. 교육부는 헌법 가치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을 기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현장에서는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가 민원과 징계 걱정 없이 수업할 수 있는 보호 장치와, 정권·교육감 성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민주시민교육이 '프로그램 늘리기'에 그치지 않고 교실에서 작동하려면 법·조직 신설보다 교육 내용과 수업 환경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 해법을 두고는 현장에서도 시각차가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계획에 포함된 별도 민주시민 교과 신설과 토의·토론 수업 원칙 법제화, 학교민주시민교육법 제정 등에 대해 "현장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교육 내용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책 영역으로 분절하거나 별도 교과를 신설해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모든 교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돼야 할 가치라는 설명이다.
특히 토의·토론 교수·학습 원칙 법제화는 원론적으로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이를 법에 박아 의무화하는 순간 학교 현장 자율성을 제약하는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논쟁적 주제를 다룰 때 교사를 보호할 구체적 면책권·보호 체계 없이 자유로운 토론만 강요하면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지형 속에서 교사가 학생·학부모 민원의 사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승혁 교총 대변인은 "이미 다양한 교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민주시민이라는 타이틀로 따로 달아 보여주기식 교과를 신설하는 것은 우려가 크다"며 "보호 장치 없이 토론 수업을 법제화하면 교육 활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근본 원인으로 제도적 환경을 지목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나 부처 협력 부족이 아니라, 교사가 사회·정치적 쟁점과 헌법적 가치를 다뤄도 사후 책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교조는 민원 제기와 수업 위축을 우려해야 하는 현실에서 교사가 갈등 가능성이 낮은 지식 전달형 수업을 택하는 것은 소극성이 아니라 보호 부재 속 합리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원 정치기본권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헌법 가치 자체가 다양한 해석과 충돌을 내포하는 만큼 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사후에 '주입'으로 뒤집혀 책임 추궁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대책도 민원 발생 이후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업 설계 단계의 사전 안전장치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논쟁 수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교사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교사에게 시민권과 제도적 보호, 수업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힘을 주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들은 대체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학교 밖·근무 외 시간의 정당 가입과 정치적 의사표현 제한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에 공감대가 깊다. 다만 교원 정치기본권 논의와 교실 안 민주시민교육 수업의 정치적 중립성·편향 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대변인은 "정치기본권 확대는 특정 정파를 드러내자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수업 시간 내 정치적 중립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hyeng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