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비넌스 인프라 구축
150억달러 대출 자산 토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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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난 2018년 집 한 채를 담보로 한 대출 플랫폼에서 출발한 피규어 테크놀로지 솔루션(FIGR)이 이른바 토큰화 자본시장 실험에 나섰다.
대출 회사도, 크립토 회사도 아닌 블록체인 레일 위에서 자본시장을 재설계하는 업체를 표방하고 나선 것. 홈에쿼티 담보대출을 실험장으로 삼아 2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토큰화해 온 업체는 이제 자사 주식까지 블록체인으로 발행, 거래하며 토큰화된 자본시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이다.
피규어의 매출액과 이익 창출 근간은 여전히 HELOC(Home Equity of Credit Line, 주택 담보 신용 라인) 관련 대출 인프라 비즈니스다. HELOC은 주택의 자산 가치를 담보로 신용 한도를 설정하고, 필요할 때 해당 자금을 인출해 사용한 뒤 상환하는 일종의 2차 주택담보대출이다. 가령, 주택 가치가 10억달러인데 기존 대출금이 7억달러라면 남은 3억달러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한도를 열어 두는 구조다.
창업자 마이크 캐그니는 2018년부터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며 대출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할 경우 서류부터 권리 관계까지 모두 토큰에 담아 재판매와 증권화를 대폭 단순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전통 금융기관은 하나같이 첫 번째 시험판이 되기를 꺼렸다.
결국 피규어는 HELOC 시장에 직접 진입했다. 직접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인 동시에 블록체인 대출 인프라 사업자라는 이중 구조를 택한 것.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대출을 온체인 토큰으로 만들어 대출 계약부터 근저당, 리엔(lien) 정보 즉 저당권까지 토큰에 집어넣고, 이를 다른 금융기관과 투자자에게 쉽게 되팔거나 증권화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피규어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HELOC를 직접 취급하면서 수수료와 스프레드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다른 금융기관들이 자사 블록체인 인프라를 통해 HELOC를 발행, 유통하도록 허용해 인프라 사용료와 대출 재판매 이익을 함께 챙기는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피규어가 구축한 블록체인은 '프로비넌스(Provenance)'라는 자체 인프라다. 디파이나 NFT(대체불과토큰)를 염두에 둔 범용 체인과 달리 대출과 증권, 펀드 등 실물 금융자산(Real-World Assets·RWA)을 토큰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설계했다.
업체는 블록체인 형태의 인프라를 이용해 전통적인 은행이 한 달 이상 걸리는 심사와 지급 기간을 각각 5일로 축소했다. 신속성과 정확성이 입증되면서 기존 금융업체들 사이에 피규어의 인프라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자체적으로 집행한 대출 채권을 토큰 형태로 매각하는 형태로 피규어는 새로운 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대출 비즈니스를 이어나가는 한편 잠재적인 리스크를 차단한다. 거래 과정에 수수료 수입도 발생한다. 토큰을 매입하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한 채권을 매입해 신용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이자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효과를 본다.
업체의 데이터에 따르면 프로비넌스 체인에는 현재 약 150억달러 규모의 대출 자산이 토큰 형태로 올라가 있다. 이는 골드만 삭스나 트레이드웹 등이 사용하는 칸톤(Canton) 체인에 이어 RWA 자산 규모 기준으로 두 번째에 해당하는 규모다.
창업 초기에 피규어는 빠르고 저렴한 HELOC를 공급하는 소비자금융 핀테크에 가까웠다.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HELOC 발급 비용을 건당 약 10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미국 업계 평균 약 1민2000달러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떨어뜨린 셈이다.
이 같은 효율성 덕분에 피규어와 파트너들은 지금까지 160억~200억달러 규모의 HELOC를 토큰화 해 취급했고, 2024년에는 조정 순매출 3억3900만달러와 순이익 2000만달러, EBITDA(법인세, 감가상각, 이자 차감 전 이익) 1억1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약 1억9100만달러의 매출액과 29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적자에 흑자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으로는 조정 순매출 5억1250만~5억1750만달러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하지만 2025년 기업공개(IPO)를 전후해 피규어가 주식시장에 강조하는 스토리는 HELOC가 아니라 '블록체인 레일 위에 구축하는 대체 자본시장(alternative capital market)'으로 옮겨갔다. 자체 블록체인 프로비넌스 위에 HELOC과 개인 대출, 모기지, ABS(자산유동화증권) 같은 소비자 신용 자산을 올리고, 더 나아가 자사 보통주까지 토큰 형태로 발행해 주식과 대출, 펀드가 모두 블록체인에서 기발행, 2차 거래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피규어는 몇 가지 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첫째, HELOC 중심 대출 모델에서 벗어나 다른 금융기관이 피규어 인프라를 화이트라벨 방식으로 쓰도록 하는 B2B 플랫폼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다.
둘째, 블루 아울 캐피털 등 기관투자자가 토큰화된 대출을 2차 거래할 수 있는 '피규어 커넥트(Figure Connect)'라는 거래소 역할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서 거래 청산과 수탁, 데이터 서비스의 수수료를 새 수익원으로 더하고 있다.
셋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스테이블코인 '$YLDS'를 출시해 토큰화된 대출 및 주식에 투자하는 자본에 안정적인 이자를 제공하는 온체인 머니마켓 레이어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2026년 2월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사 보통주를 프로비넌스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고, 이를 자체 '에쿼티 네트워크(Equity Network)'에서 투자자끼리 직접 대차,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도 시작했다.
해당 네트워크에서는 중앙 거래소와 프라임 브로커 대신, 투자자가 보유한 피규어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직접 대여하고, 주식 대차 수익을 온전히 나누는 구조를 지향한다.
창업자 캐그니는 소셜 미디어 X에 "중앙화된 거래소에 대한 최초의 진정한 네이티브 블록체인 도전"이라며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피규어 주식과 유사한 권리와 보호를 제공하는 온체인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