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취항 없이 런던 공급력 ↑·실리형 전략 추진
내항기 구간 개방해 환승객 선점 및 외항사 지원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이 영국 대형 항공사(FSC)인 버진 애틀랜틱과 전격적인 공동운항(코드셰어)에 나서며 노선 경쟁력 강화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영국 경쟁당국이 지정한 대체 항공사의 조기 안착을 지원함으로써 시장 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직접 운항 없이도 런던 노선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정교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제선 환승 전용 국내 구간 항공편(내항기)까지 외항사에 개방하며 남부권 환승 수요를 선점하는 등 통합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어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버진 애틀랜틱과 코드셰어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다음 달 29일부터 버진 애틀랜틱이 운항하는 인천~런던 노선에 대한항공 편명(KE)을 부여해 대한항공 승객이 외항사 기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반대로 지난 18일부터는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인천~부산, 인천~대구 등 내항기에 버진 애틀랜틱 편명(VS)을 부여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영국 경쟁당국(CMA)이 제기한 '런던 노선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이행 단계다. 앞서 CMA는 양사 통합 시 발생할 경쟁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 버진 애틀랜틱을 대체 항공사로 지정했으며 대한항공은 최대 7개의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을 이관하는 등 신규 진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협력의 핵심은 대체 항공사에 확실한 수익성을 보장해 노선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안전장치 마련에 있다. 대한항공이 인천~부산, 인천~대구 등 주요 내륙 노선에 버진 애틀랜틱 편명을 부여하는 것은 영국에서 온 승객이 인천을 거쳐 지역으로 이동할 때 하나의 항공권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남부권 환승 수요를 타 공항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버진 애틀랜틱은 초기 안착에 필요한 안정적인 환승객을 확보할 수 있고,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을 피하면서도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공급력 유지 측면에서도 대한항공에 유리한 셈법이 적용됐다. 대한항공은 슬롯 일부를 반납하더라도 공동운항을 통해 버애틀랜틱의 운항편을 자사 네트워크처럼 활용할 수 있다. 직접 기재를 투입하지 않고도 런던 노선의 공급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는 실익을 챙기게 된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런던 노선에서 각각 보잉 B777-300ER과 에어버스 A350-900을 투입해 주 7회 매일 운항하고 있으며, 버진 애틀랜틱 역시 다음달 29일부터 보잉 B787-9 기종을 투입해 매일 취항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동맹을 활용해 규제 리스크를 실리로 치환한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국 당국에 대체 항공사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운항 중이라는 명분을 제공하면서도 실제로는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방어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영국항공(BA)이 2020년 말 운항을 중단한 이후 약 6년 만에 외항사가 가동되는 만큼 항공사 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며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급 증가로 항공권 가격이 최적화되면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용객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항공은 노선 수익을 일부 나누더라도 전체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허브 공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실리적인 노선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