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위기 전야와 흡사"
블루 아울 환매 중단 파장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3조달러 그림자 대출 시장을 둘러싼 월가의 경고음이 점차 고조되는 양상이다.
사모 대출 펀드 업체 블루 아울의 분기별 펀드 환매 중단에 월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제이미 다이먼 JP 모간 최고경영자(CEO)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흡사하다는 발언으로 또 한 차례 긴장감을 자극했다.
이어 UBS가 보고서를 내고 최악의 경우 사모 신용 부도율이 15%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망치를 13%에서 높여 잡은 것.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방대한 투자은행(IB) 보고서와 신용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면 소위 AI 디스럽션과 고금리가 결합한 신용 사이클의 위험 구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모 신용 버블의 탄생은 은행 규제 강화와 저금리 시대의 부작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젤 규제와 스트레스 테스트가 강화되면서 대형 은행들은 레버리지 론과 LBO(레버리지 바이아웃) 파이낸싱의 일부를 자본 규제 밖으로 밀어낼 유인을 갖게 됐다.
공백을 메운 것이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의 직접 대출(direct lending)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틈새 시장이었던 사모 신용은 이제 1조80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고, UBS·S&P·피치 등이 추정하는 잠재 시장은 2조~3조달러까지 제시된다.

해당 자산군은 은행 대출보다 고금리를 제공하면서 공시 의무는 제한적인 맞춤형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중간 규모 기업과 IT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원으로 부상했다. 리스크 프로파일은 점점 공격적으로 변했다. 높은 레버리지와 이른바 코버넌트 라이트, PIK 이자 등 위기 전 레버리지 론 시장에서 보던 조합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AI 붐이 본격화된 사이 사모 신용 시장은 성장과 불안을 동시에 키웠다.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수요에 베팅한 딜이 우후죽순 쌓인 것.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격적인 AI 디스럽션 시나리오에서 미국 프라이빗 크레딧 부도율이 최대 13%까지 뛸 수 있다"고 모델링했고, 이후 수치가 15%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스트레스 조건에서 레버리지 론과 하이일드 채권의 피크 부도율 가정이 각각 8%, 4%인 것과 비교하면 사모 신용이 AI 리스크에 훨씬 더 크게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상장 직접 대출 포트폴리오에는 온프레미스 소프트웨어부터 니치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비대면 서비스 기업 등 AI와 자동화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재편할 수 있는 차입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블루 아울의 '블루 아울 캐피탈코프II(OBDC II)' 펀드 환매 중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블루 아울은 기술 기업 대출에 집중된 반유동성(private BDC) 비히클 OBDC II에서 투자자 환매 요구가 순자산의 15%를 넘어서자 분기별로 5% 한도 내에서 환매를 허용하던 기존 구조를 포기하고 사실상 상시 환매를 중단했다.
펀드가 보유한 약 16억달러 대출의 3분의 1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30%의 자본을 돌려주는 구조로 바꾸면서 유동성 관리 가속화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시장의 해석은 달랐다. 비상장 대출이라는 비유동성(illiquid) 자산과 분기 단위 환매를 약속한 반유동성(half-liquid) 구조의 미스매치가 AI 디스럽션 우려 및 기술 섹터 평가손 확대와 겹치면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
사모 신용 시장을 장기간 지켜본 매니저들도 이런 상황을 2007년과 비교하고 있다. 포리에르 자산운용의 오를란도 게메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금 프라이빗 크레딧에서 나타나는 적신호는 2007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지적했다.
블루 아울의 주가는 지난 13개월 동안 60% 가까이 떨어졌고 이번 펀드 구조 변경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4억달러 증발했다. 같은 날 아레스부타 블랙스톤, 아폴로 등 다른 사묘 신용 운용사들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다이먼의 발언은 이 그림에 중요한 조각 하나를 더한다. 그는 JP모건 투자자 행사에서 "지금 금융시장에는 2005년, 2006년, 2007년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 보인다"며 "특히 경쟁 은행과 비은행들이 순이자마진(NII)을 키우기 위해 멍청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다이먼이 구체적으로 지목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사모 신용과 레버리지 풍선이다. 은행 규제 강화 이후 레버리지 론과 구조화 크레딧의 일부가 사모 펀드로 이동했지만 실질적인 언더라이팅 리스크는 여전히 동일한 차입자군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AI 디스럽션과 사모 신용 스트레스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더 촘촘하다. UBS는 보고서에서 "AI가 차입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바꾸면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니라 구조적 수익성 훼손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통적인 경기순환 모델로는 디폴트율을 과소추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