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각·파동·파해' 연작 통해 회화의 관습 등 해체 시도
회화·드로잉 등 30여점 전시…'破畵' 역설적 방법 제시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문턱에서 회화를 '부수는' 행위로 생명과 문명의 근원을 묻는 대규모 초대전이 개막돼 주목된다.
중국 샤먼(厦门) 출신 진더펑(金德峰) 작가 개인전 '명멸하는 장엄'이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소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려 오는 4월 26일까지 개최된다.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베이징 798 예술구와 유럽을 오가며 활동해 온 진더펑 작가는 전날 개막된 이번 전시에서 회화와 드로잉 등 30여 점을 통해 '회화를 부순다(破畵)'는 역설적 방법론을 전면에 내세운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끝까지 손의 노동을 고집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진더펑은 '파각·파동·파해'로 이어지는 연작을 통해 기존 회화의 관습을 해체하면서도, 파괴 이후에 남는 감각과 노동의 흔적을 '장엄'이라는 미학적 개념으로 복원해 왔다.
점 하나, 선 하나를 집요하게 축적해 완성하는 화면은 멀리서 보면 네온사인처럼 현란하지만 가까이 다가설수록 수행에 가까운 수공의 밀도를 드러낸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면과 반복적 패턴, 화면 곳곳에 뚫린 검은 구멍과 같은 상흔들은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현대 문명의 풍경을 은유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7일 열린 오프닝 리셉션에는 진더펑 작가를 비롯해 전시 기획을 맡은 최태만 국민대 교수와 중국 숭좡당대예술문헌관 우홍 관장 및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 등 한·중 미술계 인사와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윤범모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중 미술 교류의 의미를 강조하며, 진더펑의 작업이 지닌 노동과 밀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진더펑의 작업은 소멸해가는 것을 장엄이라는 예술적 의식을 통해 다시 살려내는 과정"이라며 "관람객들은 파괴에서 창조로 나아가는 이원적 통합의 미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숭좡당대예술문헌관 우훙(吴鸿) 관장이 전시 기획 의도와 전시의 미학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진더펑 도록 인사말을 통해 "진더펑의 회화는 단순한 시각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와 언어,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복합적 구조"라며 "진더펑은 전통 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이미지가 어떻게 인식되고 해석되는지를 질문하며 관객을 능동적인 해석의 주체로 끌어들인다"고 밝혔다.


우 관장은 "진더펑의 작업은 중국 현대미술 안에서 이미지·언어·기법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드문 사례"라고 평가하면서 "진더펑의 이미지는 고정되지 않고 의미가 생성됐다가 사라지고, 다시 다른 의미로 떠오르는데 이를 '명멸하는 장엄'으로 규정하며, 이것이 바로 그의 작업의 미학적 핵심"이라고 해석했다.
진더펑 작가는 이번 전시에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의 자연과 풍경이 고향과 닮아 있어 낯설지 않았다"며 "작업에서도 공명하는 지점이 많아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잊히기 쉬운 인간적 노동과 집중의 가치를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관계자는 "진더펑 작가의 작품은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노동과 수행의 가치를 환기한다"며 "이번 전시가 한국과 중국 현대미술의 깊이를 확인하고 새로운 미학적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교수는 평론을 통해 진더펑 작가의 작업을 '파괴를 통한 재생'의 과정으로 해석하며, 그의 회화가 전통 공예와 현대 도시 문화, 불교적 사유와 자본주의적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화려함과 공허,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명멸'의 상태를 장엄한 시각적 의식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평론에서 '그림을 부순다(破畵)'란 주제로 진더펑이 추구해 온 작업은 '파각(破壳, Broken Shell)', '파동(破洞, Hole)', '파해(破解, Decoding)' 연작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껍데기를 부수는 파각은 경계의 파열을 의미한다면서 화면에 무수하게 뚫어놓은 구멍이 블랙홀처럼 표면의 이미지를 빨아들이는 파동에서 마치 화면을 찢어놓은 듯한 상흔 같은 검은 구멍들은 공허의 심연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해는 동일 형상 또는 패턴의 반복을 통해 화면의 균질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기표처럼 부유하는 부호나 기호를 통해 의미를 독해 또는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결론적으로 모두 '부순다'는 뜻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연작 등 진더펑 작가가 작품에서 말하는 미술의 구태의연한 관습에서 벗어난다는 선언적 의미가 어떻게 전해질지 기대를 모은다.
atbod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