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은 "피의 보복"을 천명하며 이스라엘 주요 도시와 미군 기지를 타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탄약고 바닥'과 '발사 능력 한계'라는 두 가지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란은 중동 최대의 미사일 강국이다. 하지만 그 숫자에는 명확한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6월 이른바 '12일 전쟁' 이전까지 약 3000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 당시 약 500발을 소모했으며, 현재 비축량은 약 2000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한 발당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2025년 전쟁 당시 이란이 쏜 미사일 값만 수십억 달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미사일들은 이스라엘 본토와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타격할 유일한 핵심 카드다. 단기간에 쏟아 부을 경우, 정작 중요한 국면에서 쓸 결정적 한 방이 사라지게 된다.
발사대 손실도 변수다. 총이 없으면 총알도 소용없듯, 아무리 미사일이 많아도 이를 쏘아 올릴 발사대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난 2025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미사일 발사대의 약 40%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발사대가 부족해지면 한 번에 수백 발을 쏘는 '벌떼 공격'이 불가능해져 요격당하기 쉬워진다. 발사대 하나로 여러 발을 쏴야 하므로 재장전 시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발사 위치가 노출되어 역습을 받을 위험도 커진다.
이란은 자체 미사일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전시 상황에서의 공장 가동은 또 다른 문제다. 이란 미사일의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강화된 경제 제재와 생산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이 이뤄질 경우, 소모된 미사일을 보충하는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접 공격의 부담을 느낀 이란이 꺼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는 '저항의 축'을 활용한 대리전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시리아의 민병대를 통해 드론과 저가형 로켓 공격을 퍼붓는 방식이다.
이는 이란 본토의 값비싼 중거리 미사일 소모를 줄이면서도, 미군과 이스라엘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피로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란이 반격을 이어갈 경우 공격자인 이란뿐만 아니라 방어자인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요격 미사일 재고'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2025년 전쟁 당시 미군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 미사일 재고의 약 14%를 소진했다. 사드는 생산에만 수년이 걸리는 고가 장비다. 결국 공방이 길어질수록 누가 먼저 빈 창고를 드러내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대규모 미사일 공세를 지속하면 탄약고는 수일~수주 내에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간헐적 타격 등 제한적 보복 공격을 선택할 경우 공방은 수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친이란 세력을 앞세워 소모전을 유도하는 대리전을 병행할 경우 전쟁은 장기화 양상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란의 선택은 '정치적 계산'에 달렸다. 단기간에 강력한 충격을 주고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산업 기반이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고 장기 소모전으로 끌고 갈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이란의 탄약고는 아직 든든해 보이지만 그 바닥이 보이는 순간 중동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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