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 넘어 데이터 주권 시험대에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2007년 첫 요청 이후 19년 만이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 개선과 이용자 편의 확대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구글은 그동안 제공하지 않았던 도보 길찾기 등 해외 수준의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단순히 '길찾기 기능 확대'의 문제가 아니다. 고정밀 지도는 이제 길 안내 데이터가 아니라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물류 자동화, 증강·혼합현실(XR) 등 미래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정밀한 공간 정보는 차량과 로봇을 움직이고, 드론의 경로를 설계하며, 도시의 교통·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기반이 된다. 지도는 디지털 경제의 좌표 체계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해외로 이전될 경우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도 데이터는 단순 파일이 아니라, 알고리즘·AI 모델·플랫폼 서비스와 결합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다. 구글이 확보한 국내 고정밀 지도를 바탕으로 물류, 자동차 내비게이션, 광고·예약 플랫폼, 위치 기반 상거래를 확장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도 서비스를 검색·커머스·모빌리티와 결합해 구축해온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도는 곧 플랫폼의 관문이다. 사용자가 지도를 열어 식당을 찾고, 예약하고, 결제하고, 이동 수단을 호출하는 순간, 지도는 광고·커머스·모빌리티가 연결되는 허브가 된다. 이 연결 지점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수익 구조와 산업 주도권이 갈린다. 업계가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 서비스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편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 큰 쟁점은 데이터 주권이다. 지도는 국가 공간 정보 체계의 핵심 자산이다. 안보 논란을 넘어, 디지털 경제 시대의 전략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인프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기술 저작권료와 소프트웨어 구독료 등 부가가치가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글로벌 경쟁을 차단하는 방식이 능사는 아니다. 개방과 경쟁은 필요하다. 다만 조건 없는 개방이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데이터센터 설치, 세원 확보, 역차별 해소, 국내 기업 보호 장치 등 최소한의 정책적 안전망은 병행돼야 한다. 지도 반출 허용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산업 전략도 제시돼야 한다.
이번 결정은 한 기업의 서비스 개선을 넘어선다. 지도는 길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미래 산업을 설계하는 좌표다. 19년을 버텨온 판단의 변화가 어떤 산업적 결과를 낳을지, 이제 정부의 후속 대응이 그 무게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yuniy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