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게릴라전 경험...기습공격에 최적화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엿새째 이어지며 중동 전역이 포화에 휩싸인 가운데, '세계 최대의 국가 없는 민족' 쿠르드족이 이란 체제 전복을 위한 핵심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력한 실전 경험을 갖춘 쿠르드 무장 전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의 지원을 받아 이란 본토를 겨냥한 지상 작전의 '대리군' 역할을 시작했다.
◆ 이란 본토 진격 개시…"봉기 유도용 무장 지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신정 체제 붕괴를 위해 '쿠르드 카드'를 노골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라크에 망명 중이던 이란계 쿠르드 민병대 수천 명이 국경을 넘어 이란 본토에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세의 주축은 '이란 쿠르드족 정치세력 연합(CPFIK)' 등 이란 출신 전투원들이다. 원래 이들은 이란 내 반군으로 활동하다가, 이슬람 공화국 정부의 탄압과 공격을 피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KRG)로 넘어와 망명 투쟁해 왔다.
이들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후 동요하는 이란 정권의 잔당을 축출하고,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이란 내 쿠르드족의 대규모 민중 봉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국으로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후 지원도 구체화되고 있다. CNN은 CIA가 이란 내 봉기 유도를 위해 쿠르드 민병대를 무장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특정 세력 지원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란 서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체제 전복을 위한 개입을 공식화한 상태다.
◆ 20만 숙련병의 위력…이라크·시리아 넘나드는 전력
쿠르드족이 위협적인 이유는 비(非)국가 무장단체 중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KRG의 정규군 격인 '페쉬메르가(Peshmerga)'는 16만 명의 병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군의 훈련과 무기 지원을 받아 정규군에 준하는 체계를 갖췄다.
여기에 시리아 북동부를 통제하는 시리아 민주군(SDF) 산하 9만 명의 전력까지 합치면, 쿠르드족은 20만 명 이상의 숙련된 지상군을 동원할 잠재력이 있다. 이들은 오랜 산악 게릴라전과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통해 실전 경험이 풍부하며, 미군의 핵심 지상군 파트너로 활약해 온 전력이 있다.

◆ '하나의 깃발' 아래 뭉칠까…연대의 한계와 전망
하지만 3000만 명이 넘는 쿠르드족이 하나의 군대로 결집할지는 미지수다.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에 분산된 이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라크(KRG), 시리아(SDF), 이란(CPFIK) 등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궁극적 꿈은 공유하지만, 처한 현실이 다르다. 이란 쿠르드 반군은 '이란 신정체제 전복과 확고한 자치권 확보가 목표라면, 이라크 KRG는 '안정적 자치권 유지'가 최우선이다.
실제로 이날 이라크 KRG의 마스루르 바르자니 총리는 "단 한 명의 이라크계 쿠르드족도 국경을 넘지 않았다"며 파국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라크 정규 페쉬메르가가 직접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만큼은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바르자니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라크계 쿠르드족의 불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시리아 내 쿠르드 세력은 당초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하의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연방제 국가'를 꿈꿨으나 현재는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테러 집단'으로 몰려 위기다. 튀르키예 쿠르드 세력은 원래 무장 독립 투쟁을 벌였다가, 현재는 튀르키예 영토 내 자치권 보장과 문화적 권리 인정 등 다소 목표가 축소됐다.
결국 '범쿠르드 연대'는 국가 간 연합군 형태보다는 이라크 쿠르드가 이란 출신 쿠르드에게 이동 통로를 제공하거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기 지원 루트를 열어주는 '간접 지원'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 공백기에 접어든 이란 정권에 쿠르드 반군의 본토 진격은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체제 존립을 흔드는 '제2의 전선'이 될 전망이다.
wonjc6@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