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4점 이하 득점으로 이탈리아 잡을 시 미국 탈락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미국 야구 대표팀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경기 전 감독의 발언까지 논란이 되면서 현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을 이끄는 마크 데로사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규정을 잘못 이해한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11일(한국시간) "데로사 감독이 WBC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탈리아와 경기를 치르기 몇 시간 전 미국이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6 WBC B조 경기에서 이탈리아에 6-8로 패했다.
앞선 경기까지 3연승을 달리며 순항하던 미국은 이 패배로 조별리그를 3승 1패로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1라운드 탈락까지도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논란의 발언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나왔다. 데로사 감독은 'MLB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그래도 이탈리아를 꼭 이기고 싶다. 대진을 고려하면 중요한 경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따라 그는 일부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선택을 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알렉스 브레그먼(시카고 컵스), 칼 롤리(시애틀), 브라이스 투랑(밀워키) 등 주요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치명적인 선택이 됐다. 미국이 이탈리아에 패하면서 조별리그 순위 경쟁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현재 B조는 이탈리아가 3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미국이 3승 1패를 기록 중이다. 멕시코 역시 2승 1패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12일 열리는 이탈리아와 멕시코의 경기 결과에 따라 세 팀이 나란히 3승 1패 동률을 이루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WBC 조별리그에서는 5개 국가 중 상위 두 팀이 8강에 진출한다. 순위는 승률, 승자 승, 실점률, 자책점률, 팀 타율, 추첨 순으로 결정된다. 세 팀이 모두 3승 1패가 될 경우에는 승자 승으로 순위를 가릴 수 없어 실점률을 따져야 한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겪었던 상황과도 유사하다. 한국은 C조에서 대만, 호주와 나란히 2승 2패를 기록했지만 실점률 계산 끝에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한국은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실점 이하·5점 차 이상 승리'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했고, 결국 7-2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8강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역시 비슷한 계산 속에 놓였다. 만약 멕시코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4점 이하만 득점할 경우 실점률에서 밀린 미국이 조 3위로 탈락하게 된다.

반대로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꺾으면 이탈리아와 미국이 8강에 진출한다. 또 멕시코가 승리하더라도 5점 이상을 득점하면 미국과 멕시코가 8강 티켓을 가져가게 된다. 결국 미국의 운명은 이탈리아와 멕시코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경기 후 데로사 감독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그는 "내가 실수했다. 계산을 완전히 잘못했다"라고 말하며 오판을 시인했다.
만약 미국이 실제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경기 전 상황을 오판해 주전 선수들을 제외한 감독의 결정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