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장기화하면 재앙적 타격 맞을 수도
물가 구조와 에너지 전략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의 기로에 서면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부는 2026년 중국 경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2일 중국 매체 졔몐신문은 노무라 증권 중국 사무소 등 주요 기관 및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의 물가 구조와 에너지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한편으론 저탄소 정책 가속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1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에너지 중에서도 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석유 수입 의존도는 약 73%,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약 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체 석유의 3분의 1, 천연가스의 16%를 현재 봉쇄 우려가 증폭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7.2%에 달하는 막대한 비중이다.
노무라의 루팅 수석 분석가는 "가능성은 약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가 되더라도 1~2주에 그친다면 전략 석유 비축량(약 2~3개월분)을 통해 충격을 상쇄할 수 있어 중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분석가는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치솟으며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타격이 될 수 있지만 이란은 외화 수입을 위해, 미국은 중간선거 때문에 각각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란 전쟁에 의한 국제 유가 상승이 중국 경제에 '수입 인플레이션'이라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각 기관 예측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약 0.4%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플라스틱, 비료 등 기초 소재 가격을 즉각 끌어올려 수요 회복에 따른 PPI 상승이 아닌 비용 증가에 의한 PPI 상승을 유발한다. 물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신에너지차 보급 확대와 정부의 가격 통제(배럴당 130달러 상한선) 덕분에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중국이 주시하는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유가 상승이 중국 고용의 주축인 중소기업의 원가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란 점이다. 원자재 가격은 치솟는데 최종 소비 수요가 얼어붙어 있으면 산업 사슬의 중간에 낀 중소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한 채 이윤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이란 전쟁에 의한 에너지 위기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안보'와 '녹색 전환' 의지를 강조하면서 2026년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3.8% 감축"이라는 목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기존의 에너지 소비량 관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탄소 배출 이중 관리' 체제로의 공식 전환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급등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 에너지 확충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졔몐신문은 중국 경제가 지금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 압력과 수입 인플레이션이라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미국·이란 전쟁 와중에 중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전했다. 중국 정부는 정제유 가격 조정 등 각종 정책 수단으로 단기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 실질 금리를 낮추고 투자 수요를 진작해 내생적 선순환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이 신문은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란 전쟁이 중국에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회오리에 견딜 수 있는 '에너지 자립'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중국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의 파도 위에서 그 회복 탄력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