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신념을 밀고 나가는 힘이 강신재의 가장 큰 매력이죠."
배우 정은채가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을 통해 또 한 번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다. 강단 있는 변호사 강신재를 연기한 그는 단단한 신념과 절제된 감정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정은채는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좋은 반응과 사랑 속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도 촬영이 이어졌는데, 시청자 반응이 현장에도 영향을 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첫 반응이 좋아 현장에서 힘을 얻어 더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었다"며 "매회 엔딩 이후 '다음 편이 궁금하다'는 반응을 많이 해주셔서 특히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극 중 강신재는 냉철한 판단력과 강한 신념을 가진 변호사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묵직하고 뚝심 있는 캐릭터라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힘이 강신재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신재가 보여주는 직설적인 대사와 태도는 배우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정은채는 "상대를 압도할 만큼 단호한 말을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속에서 강신재는 오랜 친구인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세 여성 변호사의 관계 역시 극의 중요한 축이었다. 정은채는 "20년 지기 친구라는 설정인데 세 인물의 매력과 성향이 모두 달랐다"며 "변호사로서 각자의 포지션도 달라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졌고, 그 덕분에 세 사람의 균형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스타일링도 중요한 요소였다. 정은채는 "세 사람 모두 커리어우먼이지만 각자의 위치와 성격이 달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촬영 전부터 스타일링 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는 밝은 모노톤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외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색채를 줄이고 어두운 의상으로 변화를 줬다"며 "액세서리도 최소화해 캐릭터의 상태가 더 또렷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정은채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절제된 연기'에 집중했다. 강신재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내면의 에너지를 응축한 채 상황을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은채는 "1대1 장면이 많아 상대 배우와 밀도 높은 호흡을 맞춰야 했다"며 "움직임이 많지 않아도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응축된 감정을 순간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연기를 많이 고민했다"며 "기존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의 관계 역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정은채는 "세 사람 모두 성격이 소탈하고 털털해 현장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며 "서로의 성향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 초반에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관계가 더욱 단단해졌다고도 했다. 그는 "각자의 장면을 촬영하다가 오랜만에 셋이 모이는 날이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며 "현장에서 서로의 장면을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다"고 웃었다.

촬영 중 동료 배우들에게 받은 깜짝 응원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정은채는 "'재벌 형사' 야외 촬영을 하다가 처음으로 세트 촬영을 하는 날이 있었는데 언니들이 커피차를 보내줬다"며 "미리 스케줄을 받아서 준비해준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다 같이 맛있게 먹었는데, 보내준 사람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아 오히려 그들의 성격이 느껴져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작품을 하면 제가 맛있는 걸 보내주고 싶다"고 웃었다.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도 의미를 짚었다. 정은채는 "시원하고 통쾌하게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결말이었다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매력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며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 시청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볼 여운을 주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2 가능성에 대해 묻자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건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강신재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엔딩 자체가 시즌2를 염두에 둔 결말이라기보다는 이런 이야기들이 끝이 없는 현실이라는 걸 보여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궁금증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재미있게 봐주셨다는 의미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으로는 드라마 재벌형사를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은채는 "두 작품의 색채가 많이 다르다"며 "이번 작품이 인물의 내면과 여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면 다음 작품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사건 전개가 빠른 장르적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정은채는 "그동안 로맨스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는 느리고 잔잔한 이야기나 섬세한 감정선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데 막상 하게 되는 작품들은 다이나믹하고 강렬한 장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로맨틱 코미디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은채는 앞으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다음 작품에서도 캐릭터에 몰입해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moonddo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