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올해 미 물가 전망 3%→4.2% 상향…모기지 금리도 반등
바킨 연은 총재 "물가에 지친 소비자…인플레이션 억제 멈출 위험"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동 전장에서 날아온 경제적 파편이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에 가장 먼저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29일(현지시각)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는 한편, 든든한 자산 버팀목이던 주식시장마저 흔들리며 미국 가계가 물가·금리·자산 하락이라는 '삼중고(Triple Stack of Pain)'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의 파장은 주유소와 마트 영수증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고 있다.
한 달 전 갤런당 약 3달러 수준이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4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요금도 전년 대비 각각 4.8%, 10.9% 뛰어오르며 가계의 한숨을 키우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물류비와 항공료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식료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3.9% 올랐다.
특히 이란의 봉쇄 조치로 글로벌 비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다가올 수확기에는 밥상 물가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스탠퍼드대의 한 경제학자는 "최근의 휘발유 가격 상승분만으로도 지난해 제정된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른 가계 세금 환급 기대액을 상당 부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멀어지는 금리 인하 기대…자산은 줄고 빚 부담은 늘어
거시 경제 지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당초 3%로 예상했던 미국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이번 주 4.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2020년 12월 이후 이미 소비자 물가가 25%나 치솟은 상황에서, 5년간 이어진 고물가 고통에 4%대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얹어지는 셈이다.
물가 불안에 정부 차입 증가 전망까지 겹치며 시장도 얼어붙었다.
고소득층의 강력한 소비를 지지해 온 미국 주식시장의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약 7% 하락하며 가계 자산을 축소시켰다.
차입 비용 상승세도 매섭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 국채 금리(정부 차입 비용)는 약 0.5%포인트 급등했고, 한 달 전 6%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이던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는 현재 6.64%로 다시 치솟아 주택 구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22년과 비교해 채용이 줄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는 등 고용 시장마저 약세를 보이면서, 소비 심리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3.8%로 전월(3.4%)보다 상승했다.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물가에 지쳐 구매를 미루거나 저가 소매점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의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억제 진전이 멈출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번 유가 급등 사태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충격, 반도체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이어진 비용 상승 연속 사태의 가장 최신 사례"라고 진단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