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6만대·BYD 6000대 공세 속 경쟁 격화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국제 유가 급등과 차량 5부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전기차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름값 2000원 시대'의 비용 부담에 운행 제한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소비자 선택 기준이 단순 경제성을 넘어 '규제 회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고유가 흐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0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77.86원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13.10원 상승하며 1900원선에 근접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은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같은 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3만5693대로, 월 기준 사상 처음 3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특정 월의 2만8519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차와 경유차 신규 등록은 각각 27.8%, 57.1% 감소하며 내연기관차 수요 위축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기차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정책과 시장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예년보다 앞당겨진 보조금 확정으로 연초부터 대기 수요가 집중됐고,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고유가까지 겹치며 전기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전기차 실구매가를 3000만원대 중반까지 낮추며 수요를 끌어올렸다. 2월 기준 양사의 점유율은 약 66%에 달한다. 확대되는 전기차 수요를 사실상 흡수하는 구조다.

정책 환경 역시 시장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강화하고, 필요 시 민간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 제외됐던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규제 범위는 사실상 전 차량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 절약 참여를 직접 당부한 가운데,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도 차량 운행 제한 조치에 동참하며 정책 효과는 민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급격한 수요 확대에 따른 부담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되며 추가 예산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조금 축소 또는 종료 시 수요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구조적인 리스크 역시 적지 않다. 배터리 원재료 가격 변동과 공급망 불안은 전기차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충전 인프라 확충 속도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수요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과 잔존가치 문제 역시 소비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글로벌 경쟁 환경도 변수다. 테슬라는 2025년 국내에서 5만994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유지했고, 모델 Y는 단일 모델 기준 5만405대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BYD 역시 6158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절대적인 규모에서는 테슬라가 앞서 있지만 BYD, 지커 등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본격화될 경우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정책 변수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조금과 가격 경쟁, 글로벌 업체 공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라며 "단기 수요 확대를 넘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이 결국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