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위한 명분쌓기 분석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개발과 직결된 농축 우라늄을 두고 "더 이상 우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격적인 입장 선회에 나섰다. 조기 종전과 중동 주둔 미군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모양새지만 지난 10여 년간 유지해온 미국의 대이란 핵 개발 봉쇄 전략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하에 있으니 괜찮다"… 180도 바뀐 태도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지하 깊숙이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밤으로 예정된 대국민 연설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항상 위성으로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핵무기 제조의 원료인 무기급 농축 우라늄이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그들(이란)은 이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핵무장한 이란은 미국과 세계에 실존적 위협'이라는 주장을 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든 증거가 반대 상황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했다"며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 '6월 폭격' 명분마저 스스로 부정하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그 동안 이란이 970파운드 규모의 농축 우라늄(핵폭탄 10~12개 제조 분량)을 보유중이라고 추정해왔다.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은 나탄즈(Natanz), 포르도(Fordo), 이스파한(Isfahan) 등 이란 내 세 곳의 핵시설에 대한 정밀 폭격을 명령하면서 그 명분으로 이란이 60% 농축 우라늄을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90%로 전환하여 무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핵시설이 산맥 깊숙한 지하 요새에 자리해 정밀 유도 폭탄(벙커버스터)만으로는 완벽한 파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결국 이란의 핵시설을 무력화하고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한 특수부대의 침투가 필수라는 전제 아래 미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돼 왔다.
◆ '종전' 향한 마이웨이… 안보 공백 우려도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지하에 있어 안전하다'는 식의 돌변한 입장을 보인 것은 지상군 투입에 따른 인명 피해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 서둘러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특수부대 투입을 위한 의도적인 기만책일 가능성도 있지만, 종전에 마음이 급한 나머지 '이란 핵 저지'라는 대원칙마저 뒤로한 채 서둘러 '출구 전략'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비난과 우려를 의식한 듯 이란이 이제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미군이 중동을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인원을 철수시킬 것이라면서도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다시 돌아와 정밀 타격(spot hits)을 가할 것"이라며 종전 뒤에라도 이란이 다시 핵개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면 다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