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PER 37배로 5년 평균치 2배
밸류 부담과 구조적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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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흥미로운 점은 웨스턴 디지털(WDC)의 안정적인 가격 상승 여건이 경쟁 기술인 낸드플래시의 극심한 공급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빠른 처리 속도가 필요한 일부 워크로드에 대해 HDD에서 SSD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SSD를 구성하는 낸드플래시 자체가 메모리 업계 전반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우선 생산 정책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공급난을 겪고 있다.
톰스 하드웨어는 니어라인 HDD(nearline HDD)를 사용하던 데이터센터들이 긴 리드타임을 피하기 위해 SSD로 전환을 시도했고, 이는 낸드플래시에 대한 공급 압박으로 이어졌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인공일반지능(AGI)에 대한 끝없는 수요가 계속될수록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고 매체는 주장했다.
SSD로 전환이 막히면서 데이터를 저렴하게 대량으로 저장해야 하는 콜드티어(cold-tier) 워크로드는 다시 HDD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SSD로 옮겨가려는 수요 자체가 낸드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하면서 결과적으로 HDD 제조사들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뚜렷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웨스턴 디지털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매출이 30억1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비GAAP(일반회계원칙)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46.1%와 33.8%를 기록해 전년 대비 770bp(1bp=0.01%), 930bp 개선됐다.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는 마진 개선이 더욱 두드러졌다. 매출액이 33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 증가한 가운데 GAAP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50.2%, 비GAAP 매출총이익률은 50.5%를 기록했다.
비GAAP 매출총이익률이 50.5%로 뛴 데는 고용량 드라이브 비중 확대와 절제된 가격 정책, 그리고 엄격한 비용 통제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비GAAP 영업이익률 역시 38.6%까지 상승, 현재 수요 환경에서 회사가 보여주는 운영 효율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HDD 시장은 사실상 웨스턴 디지털과 씨게이트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의 산업 보고서는 산업 집중도를 보다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웨스턴 디지털과 씨게이트, 도시바 등 세 개 업체가 2025년 전체 글로벌 출하량의 95% 이상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과점적 시장 구조는 신규 진입자가 거의 불가능한 자본집약적 산업 특성과 맞물려 가격 협상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웨스턴 디지털은 잔여 샌디스크 지분 대부분을 수십억 달러 규모의 2차 매각과 채권 및 주식 교환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 보다 집중된 HDD 인프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한편 재무구조를 개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샌디스크 지분 정리를 통해 업체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만들어내는 고용량 저장장치 시장의 구조적 수요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즉 과거 SSD와 HDD를 동시에 보유했던 종합 저장장치 기업에서 순수 HDD 플레이어로 AI 인프라 사이클에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될 전망이다.
시장의 기대를 적극 반영하며 웨스턴 디지털의 주가는 파죽지세로 뛰었다.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는 업체의 주가는 6월17일(현지시각) 712.13달러에 거래를 종료해 연초 이후 약 280% 폭등했고, 최근 1년 상승폭은 무려 1116%에 달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하면서도 업체의 중장기 성장을 낙관하는 모습이다. 미즈호와 씨티그룹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AI 주도 저장 장치 수요와 함께 2028년까지 TPU(텐서처리장치) 성장에 따른 반사이익을 예고했다. JP모간도 보고서에서 HDD 가격 결정력 강화와 마진 개선을 전망했다.
지나친 고평가를 지적하는 의견과 단기적으로 변동성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최근 분기 실적 호조와 2026 회계연도 전망, 장기 계약 확대에 따른 수익성 강화까지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얘기다.
시장 조사 업체 팁랭크스에 따르면 웨스턴 디지털에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16개 투자은행(IB) 가운데 14개 업체가 '매수'를 추천했고, '보유'와 '매도' 의견은 각각 2건과 0건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12개월 목표주가 평균치는 565.94달러로 최근 종가에서 20.53% 하락을 예고했고, 목표주가 최고치도 685.00달러로 최근 종가에 미달한다.
업체의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PER)은 37배 내외로 파악됐다. 이는 5년 평균치 16~18배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보다 구조적인 리스크를 경계하는 의견도 나왔다. 가장 핵심적인 위험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capex) 둔화 가능성이다. AI 인프라 지출이 감속할 경우 웨스턴 디지털의 가격 결정력 약화와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52주 단위의 확정 구매 주문으로 구성된 장기계약 구조가 적어도 2028년까지는 일정한 버팀목을 제공하지만 영속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투자은행(IB) 업계는 향후 업체의 실적을 가늠할 핵심 지표로 2026년 하반기 40테라바이트급 ePMR 드라이브의 물량 확대를 주목한다. 해당 플랫폼이 견조하게 확대되면 가격 결정력과 마진에 대한 전망이 재확인되겠지만 지연될 경우 향후 실적 전망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낸드발 반사이익이 거꾸로 작동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향후 낸드플래시 공급난이 해소되고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SSD로의 워크로드 전환이 재차 가속화되며 HDD 수요의 일부를 다시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후 파이낸스는 웨스턴 디지털의 실적이 소수의 하이퍼스케일러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들의 저장 아키텍처나 벤더 선호도 변화에 수익성이 민감하게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