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우리카드가 20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비시즌 훈련을 했다
- 박철우 감독은 팀워크와 체력 강화를 중심으로 담금질했다
- 지난 시즌 미라클런을 넘어 더 높은 목표를 준비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인천=뉴스핌] 남정훈 기자 = 20일 인천 송림체육관. 체육관을 가득 채운 것은 공이 바닥에 꽂히는 소리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였다. 강도 높은 비시즌 훈련이 이어졌지만 우리카드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좋은 플레이를 만들면 곳곳에서 박수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수가 나오면 서로 장난을 주고받으면서도 곧바로 다음 공에 집중했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코트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가 보여준 '미라클런'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카드의 지난 시즌은 시작과 끝이 완전히 달랐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봄배구 경쟁을 기대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흐름을 잡지 못했다. 승리가 쌓이지 않으면서 순위는 내려갔고,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잃어갔다.
결국 시즌 도중 큰 변화가 찾아왔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우리카드는 당시 코치였던 박철우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박철우 역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지도자였다. 선수로서는 V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였지만 감독으로 팀 전체를 책임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더구나 시즌 중반이었다. 자신의 구상대로 선수단을 구성하거나 충분한 훈련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카드는 오히려 감독 교체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박철우 감독대행 체제에서 거둔 성적은 14승 4패. 77.7%의 승률만 놓고 보면 리그 최상위권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질주였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특정 선수 한 명의 폭발적인 활약만이 아니었다. 팀 전체가 끈끈해졌다. 파에스 감독이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자칫 선수단 분위기가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우리카드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제 선수들이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박철우 감독대행 역시 새로운 전술을 무리하게 주입하기보다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살리고 흔들린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 하파에우 아라우조(등록명 아라우조)를 중심으로 한 공격력이 살아났고 한태준의 경기 운영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박진우와 이상현이 버틴 중앙, 오재성을 중심으로 한 후방까지 안정되면서 공격과 수비가 맞물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 번 만들어진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시즌 초반 패배가 반복될 때는 작은 실수 하나가 또 다른 실수로 연결됐다면 후반기에는 반대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두 개의 수비로 흐름을 바꾸고, 승부처에서 서로의 실수를 메워주는 장면이 늘어났다.
그렇게 우리카드는 불가능해 보였던 봄배구 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플레이오프 티켓까지 손에 넣었다. 말 그대로 '미라클런'이었다.
하지만 기적의 결말은 완벽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현대캐피탈과의 두 경기는 모두 5세트까지 이어졌다. 우리카드는 정규리그 후반기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한두 점을 넘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박철우 감독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 자체보다 그 이후를 바라봤다.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워한 부분이었다.

동시에 그 패배는 우리카드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기세를 타고 올라가는 '추격자'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다르다. 이제 상대도 우리카드를 쉽게 볼 수 없다. 후반기 14승 4패를 만든 팀이라는 것을 알고 맞선다.
전력 변화도 적지 않다. 지난 시즌 공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알리가 떠났다. 알리는 득점뿐 아니라 리시브와 서브까지 책임지며 우리카드의 공수 균형을 잡아줬던 자원이다. 특정 선수 한 명이 그대로 대신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국내 선수들이 공격과 리시브에서 역할을 나눠 가져가야 한다.
중앙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상현이 군 입대로 빠졌다. 박진우를 중심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쿼터 마틴이 합류했고 박준혁, 조근호, 손유민, 서원진 등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의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 시즌 박철우 감독은 이미 만들어져 있던 팀을 시즌 도중 넘겨받았다. 자신의 배구를 처음부터 설계할 시간이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대행'이라는 두 글자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박철우가 처음부터 비시즌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보여준 장점은 유지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시간이 주어졌다.

그 과정에서 선택한 방법 중 하나가 강훈련이다. 최근까지 수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이후 공격 훈련의 비중을 끌어올렸다. 수비와 블로킹, 서브 등 지난 시즌보다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비시즌부터 반복적으로 다듬고 있다.
20일 송림체육관에서도 그 방향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선수들의 몸이 가벼운 시기는 아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반복되는 볼 훈련이 이어지는 만큼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연습경기에서도 경기력이 매번 일정할 수 없다.
박철우 감독이 선수들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8월의 연습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긴 시즌을 버틸 수 있는 몸과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강훈련 속에서도 선수단 분위기가 무겁지 않았다는 점이다. 힘들면 서로 웃었고, 좋은 플레이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코칭스태프 역시 선수들과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 훈련 강도와 선수단 분위기가 반드시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박철우 감독이 이번 비시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박 감독이 원하는 우리카드는 단순히 공격을 잘하거나 수비가 좋은 팀이 아니다. '팀워크가 문화가 된 팀'이다.
지난 시즌에는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만들어졌다. 감독 교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며 선수들이 서로를 붙잡았고, 그것이 14승 4패라는 폭발적인 반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에는 그 순서를 바꾸려 한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하나가 되는 팀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로 움직이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시즌 극한 상황에서 우연처럼 발견했던 힘을 이번에는 비시즌부터 의도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우리카드가 증명해야 할 것도 분명하다. 14승 4패가 단순히 감독 교체 효과와 분위기 반전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돌풍이 아니었다는 것. 알리와 이상현이 빠져도 시스템과 팀워크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는 팀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의 미라클런은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멈췄다. 하지만 20일 송림체육관에서 본 우리카드는 지난해의 기적을 추억하고 있는 팀이 아니었다. 그때 만들어진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위기가 우리카드를 하나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하나가 되기 위해 준비한다.
첫 번째 미라클런은 기적처럼 시작됐다. 두 번째 미라클런은 다르다. 우연이 아니라 준비된 힘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