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포도뮤지엄이 9월 선혜원서 아트프로젝트 2.0을 열었다.
- 모나 하툼·최성임·김윤수 등 여성작가 3인이 참여했다.
- 유리·빵끈·비닐로 반복의 노동과 시간을 조형화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계적 거장 모나 하툼과 한국의 최성임, 김윤수 작가의 작품 전시
-선혜원 개관 이래 하린당과 경흥각 2층 최초 공개, 연중 단 두달만 개방
[서울=뉴스핌] 맑고 투명한 유리구슬들이 서울 삼청동 SK그룹의 선혜원 경흥각의 너른 공간을 가로지른다. 스테인리스스틸 케이블에 매달린 1200개의 영롱한 유리구들은 빛을 머금으며 섬세하게 반짝인다. 슬쩍 스치기만 해도 부서질 듯한 유리구슬이지만 서로 이어지고, 교차하면서 거대한 거미줄이 됐다. 이 거미줄은 한옥 서까래의 질박한 목재와 어우러져 그윽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한옥이라 이 최신의 설치작품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팔레스타인 출신 영국 작가 모나 하툼의 공간설치 작품 'Web'이다.

포도뮤지엄(총괄디렉터 김희영)이 지난 9월 서울 삼청동 선혜원(鮮慧院)에서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를 개막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거장 모나 하툼을 비롯해 국내외 여성작가 3인이 참여했다.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는 SK그룹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장소인 선혜원을 현대미술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연례 프로젝트이다.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은 9월과 10월 딱 두달이니 이 특별한 전시를 보고자 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김수자 작가의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을 선보인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1.0 '호흡―선혜원'에 이어 올해는 모나 하툼(Mona Hatoum, 1952~), 최성임(1977~), 김윤수(1975~) 등 3인의 작업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전에 참여한 세 작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조형세계를 지녔지만 이번 출품작들에선 공통점이 많다. 즉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거나, 버려지는 재료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 접점이다. 세 작가는 유리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블, 빵포장용 끈, 비닐, 종이골판지 등 익숙한 재료에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을 더해 새로운 형태와 물성을 창조했다. 관객들은 세 작가의 서로 다른 작업을 통해 각기 재료를 다루는 신체의 움직임과 반복,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간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는 몇가지 변화를 꾀했다. 즉 선혜원 내 하린당을 최초로 공개했고, 메인전시실인 경흥각 전체 전각과 층을 아우르며 전시영역을 확장했다. 세 작가의 작업을 시간이 축적된 선혜원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배치해 재료와 신체, 시공간이 맺는 관계에 주목하기 위해서다.
관람객은 경흥각에서 모나 하툼의 'Web'(2025)을 감상한 뒤 로비에서 최성임의 '황금이불'(2026), 그리고 지하 1층 회랑과 2층 하린당에 설치된 김윤수의 작품을 차례로 관람하게 된다. 그리고 경흥각 2층으로 올라가 모나 하툼의 'Web'을 위에서 다시 내려다보며 하나의 작품을 각기 다른 높이와 시점에서 음미해볼 기회를 갖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인 모나 하툼의 대형 설치작업 'Web'은 아시아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과 동일한 컨셉의 작업이 현재 밀라노 프라다파운데이션에 설치돼 있다. 프라다파운데이션은 올 1월 밀라노의 프라다파운데이션의 Cisterna 스페이스에서 모나 하툼의 'Web'을 포함해 3점의 작품으로 'Over, Under and In Between'이란 전시를 11월 9일까지 선보인다. 프라다파운데이션의 'Web'이 잿빛 콘크리이트 공간에서의 작품이라면 선혜원 경흥각의 'Web'은 그윽한 한옥에서의 작품이란 점에서 사실상 전혀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경흥각 서까래 아래를 가득 채운 모나 하툼의 거미줄은 집이자 보호막이며, 동시에 생존을 위한 치열한 노동의 구조이다. 한 올의 가느다란 선은 방사상으로 거듭 이어지며 공간을 짓고, 불완전한 구조 안에 팽팽한 긴장을 세운다. 때론 가장 위태로운 것이 가장 질기게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음을 고요히 보여준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계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모나 하툼은 1975년 런던에 머물던 중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런던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며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퍼포먼스와 영상에서 출발해 조각과 대형 설치로 작업영역을 확장한 모나 하툼은 집과 신체, 경계와 권력, 개인과 세계의 불안정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모나 하툼은 "한옥에서 이런 작업을 선보이게 돼 무척 기쁜다. 또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라는 전시타이틀도 감동적이다. 시적이라 더 좋았다."며 "인간과 지구 모두 위태로운 시대이자 불확실성의 시대다. 하지만 연약한 존재들은 흔들리지만 쉽게 부숴지지 않는다. 유리구슬을 엮은 내 거미줄 작품은 '보호와 포획'이라는 양가적 개념이 공존한다. 관객들이 이런 상반된 기류를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선혜원측은 'Web'을 경흥각 1층뿐 아니라 2층에서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은 작품 아래를 지나가고 위에서 내려다보며 서로 다른 높이와 시점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모나 하툼의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

선혜원 로비에서는 금빛 찬란한 거대한 조형물이 술을 풀어헤친채 설치돼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한 최성임 작가의 포도뮤지엄 커미션 신작 '황금이불'(2026)이다. 작가는 빵을 묶는 금빛 빵근을 재료로 착안해, 이를 한줄씩 끝없이 엮어 자그만치 가로 6.2m, 세로 4.8m의 대형 황금빛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모두가 그냥 한번 쓰고 버리는 빵봉지를 묶는 가느다란 끈으로 이처럼 드넓은 황금이불을 만들었다니 그 발상과 끈질긴 투혼에 감탄하게 한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최성임은 근래에는 비즈와 조명, 천, 빵끈 등 생활 가까이에서 발견한 재료를 모으고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네 아이를 키우며 가사와 돌봄, 창작을 병행해온 그는 반복적인 수집과 연결의 행위를 통해 일상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노동과 시간을 조형화한다. 빵끈을 이어 완성한 작품은 작고 가벼운 일상의 재료가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을 거쳐 넓은 표면과 부피를 지닌 설치작품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여성 미술인으로서 생활과 창작이 한 사람의 시간 안에서 어떻게 겹치고 이어지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지하 1층 삼청원 회랑에서는 마지막 주자인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2017-2018) 시리즈가 기다린다. 유모차를 덮는 방풍막으로 사용하는 반투명의 푸른 PVC 비닐 위에 작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발바닥 윤곽을 그리고 오려낸 뒤, 켜켜이 쌓아올린 작품이다. 서로 다른 발의 윤곽이 중첩되면서 처음의 구체적인 형태는 점차 흐려지고, 거의 투명했던 비닐은 층이 더해질수록 깊은 푸른빛의 부피를 조성해 하나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조소를 전공한 김윤수는 가볍고 유연한 재료를 활용해 사물과 신체, 움직임의 흔적을 탐구해온 작가다. 그는 2층 하린당에 종이 골판지를 활용한 초기작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2001)과 '무심함을 그리워할 연'(2002)을 선보인다. 가늘게 자른 골판지를 오랜 시간 감고 연결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쉽게 눌리고 휘어지는 재료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굴곡과 부피를 지닌 대형 조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의 관람은 예약이 필요하다. 무료관람 예약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일주일 단위로 오픈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