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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발렌 "사진이냐,드로잉이냐 물으신다면 '발레네스크'라 답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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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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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엄한미가 16일 로저 발렌 개인전을 개막했다
  • 전시는 사진과 드로잉 경계를 넘나든 60년 작업을 조명했다
  • 작가는 인간 내면과 무의식을 다룬 독자적 세계를 선보였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뮤지엄한미 삼청, 로저 발렌의 60년 작업여정 망라한 개인전 개막
-내년 2월 21일까지 '사진이면서 드로잉이기도 한 작업' 등 소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이것은 사진인가, 드로잉인가. 예술장르를 확실하게 구분짓길 좋아하는 이들에겐 로저 발렌(Roger Ballen)의 작업은 알쏭달쏭,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사진이면 어떻고, 드로잉이면 어떤가. 모두 동시대 예술이지 않은가.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로저 발렌 Stare, Theatre of Apparitions series, 2008, Lightbox panel, 130×130cm, ©Roger Ballen 2026.10.18 art29@newspim.com

사진과 드로잉, 사진과 설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복적인 작업을 펼쳐온 로저 발렌이 지난 16일 한국에서 작품전을 개막했다. 그간 국내에서도 간간이 로저 발렌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으나 본격적인 뮤지엄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삼청동의 뮤지엄한미(관장 송영숙)는 지난 10월 16일《Roger Ballen. The Works: Drawing meets Photography》를 개막했다. 내년 2월 21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리는 로저 발렌의 이번 개인전에는 작가의 60년 예술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기별 주요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송영숙 관장은 "로저 발렌은 그간 한국서 몇번 전시를 했으나 별반 조명받지 못했다. 그런데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정신이 번쩍 났다. 이젠 좀 제대로 그를 조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이렇게 전시를 꾸몄다"며 "그를 보면 그 나이에 그토록 자유로운 영혼이 있을까 하고 감탄하곤 한다. 그가 작품 속에 숨겨놓은 모티프들과 함께 왜 그가 사진과 드로잉을 연결하고자 했는지 잘 살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뉴욕에서 태어나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로저 발렌. 뮤지엄한미 삼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내한했다. [사진=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6.10.18 art29@newspim.com

로저 발렌(b.1950)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출발한 그는 드로잉과 설치, 영상으로 작업을 확장하며 독자적인 시각언어를 구축했다. 인간의 무의식과 광기, 사회의 주변부를 탐구하는 그의 신랄하고 기이한 작품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낯설게 여기는 존재들이 결국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임을 슬며시 일깨운다.

로저 발렌은 "당신 작품은 사진이냐, 드로잉이냐?"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아온 모양이다. 이에 작가는 "(내 작품은)사진인 동시에 드로잉으로 이뤄진 무엇이다.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다. 이것이 로저 발렌의 사진이다(It's a photograph, but it's made up of drawings; It's all intertwined. It's a Roger Ballen photograph)."라고 답했다. 사진인 동시에 드로잉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단호하고 깔끔하게 정의내리는 작가도 흔치 않다.

발렌의 작업세계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장 뒤뷔페(1901~1985)가 창안한 '아르 브뤼(Art Brut)'와도 맥을 같이 한다. 아르 브뤼는 제도화된 미술교육과 문화적 규범 바깥에서 만들어진 개인의 충동적 창작의지에 의한 '거친 미술'을 가리킨다. 이는 치밀하게 구성된 사진 안에, 예측할 수 없는 충동과 낯선 존재들이 개입할 여지를 두는 발렌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

로저 발렌의 고유한 미학은 '발레네스크(Ballenesque)'라고 불린다. 사진이자 드로잉이기도 한 발렌의 작품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다. 동물과 사회주변부 인물, 드로잉과 사물이 마치 무대처럼 짜여진 공간 안에서 얽히고 설키며 하나의 장면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장면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원초적 충동을 탐구하는 장이 된다.

[서울=뉴스핌]로저 발렌 작품의 독특함과 창의성에 끌려 그의 본격적인 미술관 전시를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송영숙 뮤지엄한미 관장. 송 관장은 "발렌 작가는 60년이 넘도록 지치지 않고 작업 중이다. 종횡무진 온갖 장르를 끝없이 넘나들며 사진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해체와 실험, 연출을 거듭해 이제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연극무대 같은 작업 속에 깃든 여러 결을 찬찬히 감상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10.18 art29@newspim.com

전시를 위해 내한한 작가는 "어린 시절 북아프리카로부터 남아프리카까지 여행했다. 또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2년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만국소년'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는 지질학으로 취득했으니 사진은 전공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사진가이자 작가다. 나는 누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내 상사다."라고 밝혔다. 심리학과 지질학을 전공하고 세계 곳곳을 무수히 누벼온 발렌의 배경이 '발레네스크'라는 독자적 예술세계를 형성한 중요한 토대였음을 확인케 한다.

이번 전시는 60여 년에 걸친 로저 발렌의 오랜 작업세계를 아우르며, 발렌 미학의 핵심을 이루는 '사진과 드로잉의 관계'가 초기 다큐 작업부터 근작까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살피는데 주력한다. 모두 7개 파트로 구성된 전시는 두 매체의 관계를 양식변화로 단순화하기 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온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사진사적 계보로는 설명키 어려운 발렌의 독보적 조형언어를 세심하게 훑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로저 발렌 Mimicry, Shadow Chamber series, 2005, Inkjet print, 45×45cm. 작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 중 하나다. ©Roger Ballen 2026.10.18 art29@newspim.com

'Part 1. 도시의 표면을 읽다'는 발렌의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걸친 초기작품으로 구성됐다. 그는 사진가 단체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폴 스트랜드 등의 작품을 지근거리서 접할 수 있었다. 최고 사진가들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모더니즘 사진의 흐름을 폭넓게 익힌 귀한 시간이었다.

이는 이후 발렌이 여러 매체로 작업을 널뛰듯 확장하면서도 '빛과 구도'같은 사진적 요소를 작업의 축으로 삼을 수 있게 한 기반이 됐다. 특히 그는 프레임 안의 선과 형태, 빛과 움직임의 관계에 주목했다. 첫 파트에서는 이같은 바렌의 조형적 관심이 훗날 드로잉과 결합하는 작업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살필 수 있다.

이어 'Part 2. 거리의 발견에서 심연의 구성으로'에서는 초기 작업에 나타난 선과 형태에 대한 관심이 피사체와의 소통과 장면의 연출로 확장되는 1980~1990년대 작업을 만날 수 있다. 〈Dorps〉〈Platteland〉연작에서 작가는 남아공 마을과 건축물, 실내공간, 인물을 촬영하며 현실에서 발견한 패턴과 선, 형태를 화면의 조형요소로 적극 활용했다. 이어 〈Outland〉연작에서는 인물과 사물, 선과 그림을 직접 배치하며 현실의 기록과 의도적인 연출이 교차하는 장면을 직조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로저 발렌 Bitten, Shadow Chamber series, 2004, Inkjet print, 45×45cm. 후드를 덮어 쓰고 상념에 빠진 남자 옆으로 살아있는 뱀이 꿈틀거리고 있다. 벽면의 드로잉과 공간 배치 등 치밀한 구도와 검토를 거친 후 비로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Roger Ballen 2026.10.18 art29@newspim.com

발렌은 1982년부터 1984년까지 남아공의 시골지역을 방문해 많은 사진을 촬영했다. 작가로서 이 시기가 매우 중요했는데 사진에 드로잉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아이들이 벽에다 낙서를 했고, 그 선과 그림이 흥미로왔다. 다큐 기법으로 사진을 찍던 무렵 발렌은 전선이라든가 끈들이 벽과 바닥에 구불구불 늘어져 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리곤 그 전선의 선과 인물을 연결하고, 실과 뱀, 벽의 낙서를 연결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Part 3. 사진, 발렌의 무대가 되다'에서는 2000년 이후 전개된 〈Shadow Chamber〉와 〈Boarding House〉연작이 소개된다. 이전 작업이 현실에서 조형요소를 조합했다면, 이 시기에는 장면을 구성하는 '연출'의 비중이 한결 커진다. 발렌은 인물과 사물 뿐 아니라 배경의 선과 여백까지 세밀하게 조율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했다. 이 까다롭고 집요한 과정에서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포착하는 창이 아닌, 작가가 직접 만들고 조율하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뮤지엄한미의 높고 넓은 전시실(지하 1층)로 이어지는 'Part 4. 환영으로 태어난 드로잉과 빛의 흔적'에서는 '드로잉이 있는 사진'이 아닌 '드로잉을 촬영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Theatre of Apparitions〉연작이 그것으로 발렌은 어둡게 처리한 유리표면을 긁거나 지워 묘한 선과 형상을 만든 뒤, 이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로저 발렌 Theatre of Apparitions series, 2008, Lightbox panel, ©Roger Ballen 2026.10.18 art29@newspim.com

유리판을 긁어낸 흔적은 그 사이를 통과하는 빛과 어둠, 노출과 프레이밍을 통해 '환영'(apparition)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발렌의 사진은 드로잉을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그 흔적을 새로운 이미지로 창출하는 것으로 바뀐다.

2006년 무렵 발레은 남아공의 여성교도소를 일부러 찾았다. 수형수들이 마당에 모여 불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까맣게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유리판을 긁은 작업과 창문 속 인물 연작이다. 

사진과 드로잉의 결합을 통해 환영의 무대를 만든 후, 발렌은 사진 자체를 하나의 무대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연극연출가처럼 한 편의 초현실적 연극을 올리겠다는 의욕이 불타기 시작한 것. 'Part 5. 기묘한 동반자들'에서는 〈Asylum of the Birds〉〈Roger's Rats〉연작을 통해 이같은 '발렌적 공간'이 확장되는 과정을 음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로저 발렌의 작품. ©로저 발렌 2026.10.18 art29@newspim.com

각 연작에서 새와 쥐, 토끼와 고양이는 소품이나 배경이 아닌 인간의 동반자로 등장하며, 현실과 환상의 중간에 놓인 발렌적 극장을 함께 구성한다. 발렌은 "작업을 위해 나는 새와 토끼, 고양이와 개, 쥐와 거북이는 물론이고 뱀도 키웠다. 그들은 반려동물이자 내 작업의 주인공들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Part 6. 색으로 드러난 발렌의 세계'에서는 마침내 컬러 작품이 등장한다.〈Spirits and Spaces〉를 중심으로 2020년 이후의 컬러 사진이 이 파트에서 소개된다. 오랫동안 흑백만 고집해오던 발렌은 근작에서 색을 화면의 또다른 조형요소로 활용한다.

작가는 "나는 흑백작업을 사랑해 컬러를 멀리해왔다. 또 정사각 구도를 좋아한다. 그런데 선명한 색을 사용해보니 시선을 끌면서도 주변의 선과 형태, 인물과 동물 사이 관계 속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컬러로의 전환은 발렌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내면의 세계를 새롭고 강렬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심화하게 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로저 발렌 Thrown Out, Spirits and Spaces series, 2021, Inkjet print, 75×75cm, Thrown Out, Spirits and Spaces series, 2021, Inkjet print, 75×75cm, ORoger BallenRoger Ballen 2026.10.18 art29@newspim.com

한편 미술관 수장전시실에는 '선을 따라 펼쳐진 발렌의 세계: 폴라로이드 & 에칭' 파트가 조성됐다.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직접 페인팅한 작품과 에칭작업을 통해 회화와 드로잉에 대한 발렌의 끈질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발렌에게 어떤 작가로 남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이에 작가는 "서양의 비평가들은 나를 사진작가로 평가하지 않는다. 미술계에선 반대로 나를 사진작가라고 한다. 사진과 드로잉, 사진과 영상을 교차하며 연결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양쪽 장르에서 '저 작품은 뭐지?'하는 반응이다. 그래도 나는 '연결'의 중요성을 믿는다"며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은 자기 눈의 뒤를 볼 수 있는가다. 눈 속으로 끝없이 들어가보면 블랙홀이다. 니체의 철학인 '암흑을 바라보면 암흑이 날 바라본다'라는 말을 곱씹어보라."고 답했다. 이어 "예술도 삶도 모두 컨퓨전이다. 어떤 작가로 불리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심리적 작가로 불리고 싶다. 인간 내면을 다루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뮤지엄한미는 로저 발렌 개인전의 공식개막(10월 16일)에 앞서 지난 9월 발렌의 영상작업을 소개하는 프리뷰 스크리닝 《미술관 B1: 다음 구역은 로저 발렌입니다》를 개최한 바 있다. 프리뷰 행상에 이어 개막한 본전시에서는 사진과 드로잉, 에칭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발렌의 작업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드로잉과의 관계 속에서 현실의 기록을 넘어 확장되는 사진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개막한 로저 발렌 개인전의 지하 1층 전시실 전경. [사진=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 2026.10.18 art29@newspim.com

▲뮤지엄한미가 준비한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로저 발렌의 작업세계를 더욱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운영된다.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10월 17일)와 작가 작품을 둘러싼 맥락과 해석을 살펴보는 전시 연계강연(11월 28일)이 열린다.

또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미술관과 주변을 거닐며 눈에 들어온 장면을 촬영하는 워크숍 '사진 산책자'(12월 2일)도 개최된다. 로저 발렌이 공간과 사물, 흔적을 바라보며 일상의 공간을 새롭게 담아냈듯 관람객도 이 워크숍을 통해 사진을 매개로 주변 공간을 다르게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 '뮤지엄 나잇 살롱: 로저 발렌'(2027년 1월중)도 잡혀 있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나누고, 전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도 특별행사가 열린다. 전시투어와 스터디, 체험형 워크숍 등을 통해 관람객이 전시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뮤지엄한미 삼청 전관에서 열리는 로저 발렌 전시는 내년 2월 21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초중고생 7500원.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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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급여 사외적립 2030년 전면 의무화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2030년부터 전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가 적용된다. 중소기업이 의무화 적용 시점보다 먼저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정부는 재정 지원 및 경영자금 융자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을 갖춘 수탁법인이 퇴직연금 적립금을 대신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도 활성화한다. 중도 인출 방지를 위해 퇴직연금 담보 대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개편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정부는 이 방안을 지난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안건으로 논의한 이후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2월 노사정 공동선언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 전 사업장에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를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외적립 의무화는 임금체불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임금체불 액 중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1.1%(8229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기능강화방안 [자료=고용노동부] 이번 기능 강화 방안 내용을 담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경우 사외적립 의무는 상시 근로자 수 100인 이상 사업장에 2028년 1월부터 의무화된다. 1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029년 1월부터, 1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30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이 같은 단계적 도입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곳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한 조치다.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조기 도입 사업장 재정 지원과 경영자금 융자 비용 보전 사업도 신설됐다. 각각 내년 예산 정부안에 60억원, 62억원 규모로 반영됐다. 정부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이 의무화 적용 시점에 앞서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의 부담금 10%를 사용자에게 지원한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퇴직연금 신규 도입 후 1개월이 지나면 경영자금을 융자할 때 대출금리 2%포인트(p) 이차보전을 지원한다. 의무화 적용 시점이 지났는데도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인 푸른씨앗에 자동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장이 원하지 않으면 이를 탈퇴할 수 있는 선택권도 보장된다. 이후에도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은 과태료 등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푸른씨앗은 내년 1월부터 100인 이하 사업장까지, 2028년 1월부터는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범위가 확대된다. 정부 방침은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하지 않고 노후를 위한 연금으로 받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주거나 의료비 등으로 목돈이 필요할 때를 위해 퇴직연금 담보 대출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손질한다. 퇴직급여를 받게 됐을 때 연금 수급을 기본 선택지로 하고, 의사를 표현한 경우에만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는 현행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확대하고, 청년의 경우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퇴직연금 납입액 15%까지 세액공제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도 이번 발표를 통해 구체화됐다. 지난 2월 노사정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수탁법인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민간 금융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불특정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화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연합형은 사용자 연합이 수탁법인을 세우거나, 전국 단위 노사 단체 연합이 불특정 사용자·가입자 대상으로 운영한다. 공공기관 개방형은 푸른씨앗이 확대되거나 이와 유사한 기금이 신설되는 방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에 적용된다. 한 사업장이 계약형과 기금형 퇴직연금을 복수 설정하거나 다수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설정할 수 있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만 있다면 특정 기금형 퇴직연금을 기본값(디폴트)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와 전문가, 정부 등으로 구성된 인가위원회의 심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 인가 체계는 기금의 난립을 방지하고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예비 인가·본인가 2단계 구조로 구성된다. 인가 요건은 인적·물적·재무요건으로, 재무 안전장치로 일정 규모 이상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설정한다. 정부는 수탁법인에 강력한 수탁자 책임을 부여하고, 법률에 가입자 이익 최우선의 원칙도 규정한다. 의무위반 시 수탁법인의 손해배상책임 및 가입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한다. 운용과 이해상충 관리, 설명의무 위반 등 핵심 영역에 한해 입증책임을 전환해 수탁법인이 의무위반과 손실 간 인과관계 또는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는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면책된다. 가입자의 손실보전과 사고 대응·복구에 활용할 수 있는 운영위험준비금도 의무 적립하도록 한다. 수탁법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시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한다. 제재 처분 권한은 주무부처인 노동부에 두고, 각 기관의 전문성을 감독 전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감독협의회 등 관계부처 협력체계도 마련한다. 정부는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도 손질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와 변동성을 감안해 현재 70%인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DC형·IRP·중퇴기금의 투자가능상품을 확대하고,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 평가를 통해 질 낮은 상품은 퇴출한다. 퇴직연금 운용 과정에서 퇴직연금공단(가칭) 등 별도 수탁법인을 신설하거나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는 방법 등 그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쟁점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나 그 방식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퇴직급여 적용 기준을 근속기간 6개월로 줄이거나 일할 계산을 채택하는 방안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관계 제도발전위원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은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도출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로, 노후 소득의 안정성과 수익성 간의 균형을 맞춰 노동자의 노후를 든든하게 지켜내는 제도적 기반을 세운 것"이라며 "개정 법안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의무화 일정에 맞춰 현장 지원체계를 빈틈없이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6-10-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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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중심 도심복합사업 바뀐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면 수용 방식으로 추진하는 공공 정비사업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서울 지역 사업장 중 절반가량을 서울시가 맡아 시행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1분기 예정인 국토교통부의 추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공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사업 참여를 활성화하고 원활한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업비를 시공자와 공동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사업으로 서울시가 방관했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서울시가 50%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국토부, 서울시에 도심복합사업 50% 시행권 넘겨…사업장 분할·공동 시행 내달 확정  2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서울 지역 사업 물량의 50%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전체 사업 물량의 절반에 대한 시행권 이양을 국토부에 요청했고, 국토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사업구역 또는 물량을 분할하는 작업이 늦어도 다음 달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를 추진한 지 3년 만이다. 서울에서는 용산구 효창공원앞역(서울지하철 6호선), 양천구 염창역(9호선), 서초구 이수역(4·7호선) 일대 등 총 11곳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공급 규모는 1만8000여 가구다. 유형별로는 용적률을 높여 고밀 개발하는 역세권 유형인 주거상업고밀지구가 6곳, 노후 저층 주거지를 아파트 단지로 정비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가 5곳이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토지등소유자의 토지 지분 등을 수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기존 토지등소유자에게 주택을 현물로 보상하거나 현금으로 보상하며,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가 제공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서울시내 도심복합사업의 절반에 대해 시행 참여를 요청해 이를 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결과에서 선정된 11개 구역 1만8000가구부터 사업 시행에 참여한다. 서울시가 참여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도심복합사업에 참여한 첫사례가 된다.  다만 사업 물량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전체 사업 물량의 절반을 맡아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의 사업장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동으로 시행해 각각 절반씩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국토부는 단일 사업장을 LH와 SH가 공동으로 시행할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장별로 시행 주체를 나누는 방안을 서울시에 권고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 11개 사업장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곳 정도를 서울시가 맡는 단일 시행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서울시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직 시행 방식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구상대로 LH와 SH가 공동 시행해 전체 공급 물량의 절반씩을 맡을지, 사업장별로 시행 주체를 나누는 단일 시행 방식으로 추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신청과 승인 과정에서 자치구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다. 이에 사업장별로 시행 주체를 나눌 경우 자치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울시의 사업 참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공모에서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지역 11개 사업장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같은 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서초·송파·양천·용산구에는 각각 1곳씩, 총 4곳의 후보지가 포함됐다. 나머지 7곳은 여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6개 자치구에 분포해 있다. 이들 자치구가 서울시 산하 SH보다 정부 산하 LH의 사업 시행을 선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사업장별 분할 방식에 선뜻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시행을 분담하면 서울시는 같은 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자치구의 사업장을 주로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서울시가 도시계획과 주택 정비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당과 정부가 정비사업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국토부는 서울시에 조속한 시행 방식 결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서울시, 내년 공모 물량도 절반 참여 유지…사업비 마련 위한 시공자 공동사업 검토 서울시는 이번 공모에서 선정된 11개 사업장을 시작으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참여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모 물량의 절반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 이후에도 전체 사업 물량의 50%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4월 도심복합사업 참여를 선언한 서울시는 SH에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참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처럼 자체 공모를 통해 사업지를 선정하는 방식과 국토부 공모에 참여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를 결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내년 3~4월께 추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체 공모를 추진할 경우 자치구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 추진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국토부와 공동으로 공모를 진행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SH가 시행하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사업비 조달 방식도 손질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업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울시와 시공자인 건설업체가 사업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이 토지 등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토지보상비가 필요하고, 공사비 역시 사업 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LH는 국가 재정과 공공 재원을 활용해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대규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면 별도의 재원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자와 사업비를 분담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초기 재정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분담 구조와 건설업체의 참여 유인 등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서울시는 시공자와 사업비를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도싱복합사업을 추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즉 서울시 재정으로 토지보상비를 지급하고 공사비는 시공자가 부담한 후 분양 이후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올 상반기 공공주택 건립을 위한 도심복합사업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시공자 공동사업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2026-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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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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