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완전히 투명한 것처럼 보였던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이 이제는 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존재가 되고 있다.11월 1일 FOMC 의사록에서 연준 관계자들은 정책 성명서의 문구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다양하게 내놓았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페트와처(FedWatcher)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22일자 기사("Fed May Stop Giving Big Hints On Direction of Interest Rates")에서 정책 성명서의 핵심 중의 하나인 향후 통화정책 전망에 대한 문구의 변경 가능성이 논의되었다고 의사록은 쓰고 있는데, 이는 연준이 이제는 분명하게 다음 번 회의 때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식의 힌트를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의사록은 "성명서 문구의 일부분, 특히 그 중에서도 통화정책의 특징과 전망(the characterization of , and outlook for, policy)은 조만간 변화되는 것이 좋을 것"이란 의견이 제출되었다고 쓰고 있다.또한 금융시장은 일부 멤버들이 "너무 금리인상이 과도할 리스크가 결국 나타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우려를 제출한 것에도 주목했다. 이 문구에 주목한 금리선물 시장은 1월말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80% 정도로 반영하면서도 4.75%로 추가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이제 '반반' 정도로 보기 시작했다.그레그 입은 이러한 금융시장의 태도는 '과도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번 의사록은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에너지물가가 전반적 물가상승 압력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주된 우려이자 관심사였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일단 연준은 이제까지 계속해서 현 통화정책 기조를 경기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중립수준에 비해 "완화적(accommodative)"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신중한(measured)" 속도로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로 이 두 문구에 연준의 태도가 거의 분명하게 반영되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항상 이러한 문구가 정책 '유연성(flexibility)'을 억제하는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그레그 입은 지적한다. 그래서 아직 다수 관계자들이 동의하지 않지만, 금리가 점차 "중립" 수준으로 근접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일부 변화는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그는 해석한다.문제는 연준 정책결정자들이 만약 '완화적' 및 '신중한'이란 문구를 제거하게 될 경우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는데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비록 이들 문구가 정확성은 결여되었지만, 여전히 연준의 의도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는 점도 고려요인이라는 것이 이번 의사록에서 확인됐다.한편 다른 식으로 성명서에 손을 볼 수 있는 문구는 바로 "인플레이션 및 성장 리스크 균형"을 표현하는 쪽에 있다. 성명서 일부는 연준이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의사록에서는 이 부분에 손을 댈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출되었음을 적시하고 있다.역사적으로 볼 때 연준은 의도적인 모호성을 유지해왔지만, 1994년부터 투명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는 아예 다음 번 회의의 정책 방향까지 시장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2003년 8월에 연준은 1%이던 당시 연방기금금리가 "상당한 기간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식으로 금리동결 전망을 시사했고, 2004년에는 금리가 "신중한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해 다음 번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예고했다.참고로 차기 연준의장 지명자인 버낸키(Ben S. Bernanke)는 특히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그레그 입은 지적했다. 버낸키는 짐 버닝(Jim Bunning) 상원의원의 보충질문에 대한 답신에서 과거 자신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회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상 최저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배경 때문이었다며, "나는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억제할 것을 약속한다...'물가안정'은 디플레 및 인플레 양자를 모두 억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버닝 의원은 그를 '헬리콥터 벤'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버낸키가 마치 돈을 헬리콥터에서 뿌리듯히 해서 인플레이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빗댄 말이다. 버낸키는 이러한 헬리콥터식 자금 공급이 "경제에서 화폐가 지니는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이지 실제 정책적 수단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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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저스 대표, 17일 국회 청문회 출석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은 오는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대해 신임 대표 해롤드 로저스를 증인으로 내세운다고 밝혔다. 김범석 의장의 출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10일 쿠팡 관계자는 "고객불안 해소와 위기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한만큼 해롤드 로저스 신임 쿠팡 대표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미국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 [사진=쿠팡 제공]
이날 박대준 대표가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쿠팡은 미국 모회사 법무 담당 최고관리책임자인 로저스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는 당초 박 대표를 포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 북미사업개발 총괄,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등 관계자 6명이 채택된 바 있다.
이날 국회 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 증인으로 로저스 신임 대표를 채택했다.
다만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 대표의 출석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는 쿠팡 측의 상황 변경이 생긴 것에 따른 후속조치"라면서 "박 전 대표의 증인 신분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2025-12-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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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