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송은 살아 있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시작한 것"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법원이 '부산 돌려차기·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부실한 사건 수사·조치가 불합리했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부장판사는 13일 이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씨(필명)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원고의 상태와 범행 동기에 비춰 성폭력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은 추가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고 필요한 보완수사나 감정의뢰 등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원고의 구체적인 피해 내용과 성폭력 여부가 정확히 규명되지 못했다"며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해당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 상태를 보면 성폭력의 동기와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을 것이 분명한 친언니의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 불합리하고, 범인이 김씨에게 가한 성폭력 태양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아 국가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 돌려차기·성폭행 사건은 2022년 5월22일 새벽 30대 남성 이모씨가 부산 서면에서 혼자 귀가하던 김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폭행하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한 일이다.
앞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가혹하게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 동관 앞에서 오지원 변호사(부산 돌려차기 국가배상청구 대리인단 단장)는 기자회견을 통해 형사 절차에서의 피해자 소외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오 변호사는 "비단 이 사건뿐 아니라 형사 절차 전반에서 피해자 소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문자 통보만 받을 뿐 사건 경과나 주요 증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고 있음에도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보장을 위한 노력은 충분하지 않다"며 "이 같은 현실을 분명히 알리고 피해자와 국민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피해자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영상통화를 통해 "주변에서 '살아 있으면 된 것 아니냐, 그냥 잊고 살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며 "이 소송은 살아 있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인식이 계속된다면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의 미흡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고, 그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