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역시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금융시장이 연준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연준에 의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이 시사되었고 일각에서는 내년 후반 정도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엿보는 중이라는 점에 있다.게다가 내년 2월 초 벤 버낸키(Ben S. Bernanke) 차기연준의장 지명자가 그린스펀 의장을 대체하게 됨에 따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은 매우 과격한 논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미국 국채시장은 수익률곡선의 역전이 임박함에 따라 상황을 더욱 미묘한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지표가 과거와 같이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지만, 그러나 내년 미국 경제가 주택시장의 둔화 내지 조정에 따라 다소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다수의 판단은 일부 전문가들의 2007년 초반 경기침체 가능 주장으로 일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런 상황에서 마이클 루이스(Michael T. Lewis) 및 고든 패리시(Gordon O. Parrish) 거시경제 컨설팅업체 프리마켓(Free Market) 대표이사 및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말 배런스 온라인(Barron's Online)의 "Other Voices" 칼럼 기고문("Economic Addiction")에서 이 같은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이들은 그린스펀 의장이 말한 대로 미국 경제가 이미 '이지머니(Easy Money)'에 철저하게 중독되었다가 벗어나는 중이며, 비록 그 중독 극복 프로그램이 완수되었다고 해도 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경계태세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장기금리의 저공비행이 과거에는 '자경단' 역할을 하던 채권시장의 '자기파괴적인' 행태라며 비판했다.루이스 등은 버낸키 차기 연준의장이 5% 정도의 중립금리 수준(이들은 중독해소 프로그램이 16회 짜리, 즉 연방금리가 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본다)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이제 막 금단증세를 벗어나고 있는 알콜중독자에게 점심 반주를 권하는 일과 같다고 강조했다.아래는 이러한 주장을 담은 루이스 등의 배런스 기고문을 상세히 정리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이지머니' 중독과 채권시장의 '자기파괴적' 행태지난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알콜중독, 마약중독 혹은 과식이나 과도한 섹스에 대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12단계 프로그램'에 돌입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이와 비슷한 문제가 차기 연준의장 벤자민 버낸키(Ben S. Bernanke)에게도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연준이 이지머니(easy money) 중독에서 벗어나는데 얼마나 많은 극복 프로그램 단계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 말이다.지난 18개월간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은 초저금리 상황이 수년간 지속된 영향으로 미국경제가 부채에 중독, 수십년간 공들여 쌓은 인플레 파이팅 노력이 무화될까 우려, 이에 대한 싸움을 지속했다.그린스펀이나 버낸키는 모두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될 때는 항상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회복 프로그램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그린스펀의 연준이 13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에도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느끼는 중이다.다른 중독현상과 마찬가지로 미국경제의 문제는 바로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너무 과용한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그 결과는 여타 중독과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의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저금리의 지속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 주택부문의 일부 과열양상 그리고 낮은 저축률 등으로 반영되었다. 더구나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이른바 '자기파괴적인' 행태를 보이는 중이다. 에드워드 야데니(Ed Yardeni)는 1980년대 채권시장을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라고 불렀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힐 경우 채권시장이 일종의 '제재'를 가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강조한 말이다.1970년대의 고전 이후 이들 자경단은 연준이 다시 과도한 완화정책을 구사하려는단계에 진입하려는 조짐만 보이더라도 신속하게 채권을 매도함으로써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그러나 이와는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그린스펀 의장이 현행 통화정책이 너무 완화적이라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이 5%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 연출되는 중이다. 최근 몇 달간은 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10년물 국채금리는 여전히 연준이 금리인상을 개시하는 시점보다 낮은 상황이다.다양한 국제적인 요인들이 이러한 장기금리의 하향안정세를 이끌어 내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겠지만, 사실 장기 채권수익률은 궁극적으로 단기금리에 대한 기대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 채권시장은 마치 지난 수년간의 전례없는 통화정책상의 경기부양이 마치 헤로인이 아니라 카페인 처럼 별다른 중독양상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식으로 행동하고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 더이상 '인플레' 우려는 없다?지난 해 6월 연준이 금리인상을 개시했을 때에도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긴축 주기가 일시적이며 완만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믿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13회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이러한 식의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앞으로도 두 차례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그 이후 조만간 연준의 상당 폭 금리인하가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이런 시장의 이상한 전망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도 금융시장은 지난 4년간의 이례적인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실제로 믿고 있을 수 있다. 점차 많은 분석가들이 기준금리가 이제는 중립수준이거나 거의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동일한 인플레이션 기대수준과 생산성 향상률을 적용했을 때 금리 목표수준은 4.75%에서 6.50% 레인지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강력한 경제성장과 주식시장의 거품은 그러한 금리수준이 여전히 지나치게 완화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과 5년만에 중립금리 수준이 200bp나 낮아질 정도로 미국경제가 변화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좀 더 가능성이 높은 설명방식은, 채권시장은 연준이 1990년대의 유동성 공급 문제와 마찬가지로 거의 가상적인 2002년 및 2003년의 디플레이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시스템 내에 과도한 유동성을 제공했다고 확신하는 중이라는 식의 설명이다.여기서 채권시장은 물가안정이 연준의 일차적인 목표가 아니며, 오일쇼크나 헤지펀드의 문제점 등 연준이 본래의 적절한 목표범위에서 벗어나도록 강제하는 잠재적인 위협요인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1980년대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연준에게 통화정책의 원리에 대해 철처한 방식으로 가르치려고 들었다면, 작금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명백한 인플레인션 압력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도록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이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승을 방치할 경우 궁극적인 비용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분명히 인식해야 하지만, 원래 합리적인 사람들도 종종 일시적으로는 자신의 장기적인 이해관계에 반하는 일을 하곤 하는 법이다.◆ 알콜중독자에겐 점심 반주가 허용될 수 없다미국 금주동맹(Alcoholics Anonymous)의 창시자인 빌 더블유(Bill W)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차적인 필수단계가 바로 알콜중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년반 동안 이런 사실을 인정해왔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거부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린스펀은 자신이 최근 수년간 금융시장에 투입한 유동성이 비록 의도적인 것이긴 했지만, 과도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의회 증언에서 이 같은 과도한 완화수준이 "가능한 한 빠르게" 제거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이다.그린스펀 의장은 장기적으로 매우 낮은 금리수준이 유지될 경우, 1990년대의 5~6% 수준의 기준금리가 아닌 1% 금리를 가지고는 위기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연준의 운신의 폭이 급격히 제약될 것이란 점을 알았다. 보통사람들이라면 점심식사 때 곁들이는 포도주 한 잔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중독자들에게는 이러한 방종이 허용될 수 없다.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이번 경우에는 16단계 회복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있다)을 마친 중독자는 새롭게 수립한 원칙을 고수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만약 버낸키 차기 의장이 이러한 비유를 받아들인다면, 그는 물가안정 목표를 위해 채권시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그 해답을 얻어야 할 것이다.버낸키가 의장직을 맡는 시점에 인플레이션 지표들은 상당히 혼란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단지 명목GDP 성장률이 6%를 넘는데 실질연방기금 금리가 역사적 기준선 이하이란 점만 문제는 아니다.코어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이미 2%를 기록해 연준, 그리고 버낸키 차기의장의 '안심지대'의 상단을 테스트 중이며, 에너지 물가나 주택가격 상승세로 인한 물가의 '이전 효과'로 인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버낸키 차기의장은 심지어 미국경제가 정체국면에 빠져든다고 해도 5% 수준의 거의 중립금리 수준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