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들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0억달러에도 못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재경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했던 올해 전망치 150억달러 흑자, 160억달러 흑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특히 경상수지는 지난 2003년 119억495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래 2004년 281억7350만달러 흑자, 지난해 165억5850억달러 흑자 등 3년 연속 세자리수의 흑자 행진을 이어왔으나 이같은 전망치들이 현실화될 경우 세자리수 흑자 시대가 마감될 전망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동향에 따르면 4월중 경상수지는 15억3330만달러 적자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해 이같은 전망을 더욱 설득력있게 해줬다. 경상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는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8,9,10월 이후 무려 9년여만에 처음이다. 올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이미 26억달러를 넘어섰다. ◆ "올해 경상수지 흑자 50억불 힘들 듯" 민관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잇따라 낮춰잡고 있다. 유가와 환율이 지난해말 예상보다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6일 "작년 10월 전망치 발표시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80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120억달러로 예상했다"며 "경상수지의 경우 고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 급락 등에 따라 조만간 당초 전망치보다 20억~30억달러 하향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럴경우 현대경제연구원이 예상하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최소 50억달러까지 내려갈 전망이다.주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의 경우 당초 4.5%를 전망했다"며 "전망시 예측했던 각종 변수들이 올들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성장률의 경우 전망치 변동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올해 경상수지가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둔화와 수입증가 여파로 기존 전망치(27억8000만달러)보다 크게 악화된 1억4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3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11일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기존 174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중소기업연구원 역시 4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중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당초 124억달러에서 41억달러로 낮췄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올해 경상수지가 10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즉, 지난 3월과 4월의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5월부터 흑자기조가 이어질 경우 지난 3개월간의 적자는 쉽게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은 정삼용 국제수지팀장은 “4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주요인은 계절적 요인으로 대외배당금 지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여행수요가 늘어나는 8월을 제외하면 5월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지속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당국, 내부적으로는 경상수지 목표치 '하향' 정부당국도 경상수지 목표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재정경제부 김철주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환율하락 등 여건이 워낙 나빠져 당초 150억~160억달러 경상수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KDI가 40억~50억달러로 보고 삼성경제연구소가 23억달러로 보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 과장은 "올해 초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것이란 얘기는 정례브리핑 등에서 수시로 언급했다"며 "계절적 요인이 끝나고 5~7월까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서비스 수지는 적자가 많고 상품수지는 흑자를 기록해 왔는데 이번 적자도 상품수지 적자로 인한 것이 아니라 배당소득 유출 등 소득수지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부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200억달러로 예상했으나 실제 166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전망치로는 국내총생산(GDP)의 1.7%인 150억달러를 제시한 바 있다.한은도 7월 중 구체적인 수치를 공식발표하겠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50억달러에 못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가 벌써 30억달러 가까이 적자가 났다. 또 8월에는 여행수요가 늘어나면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5월이후 연말까지 월평균 두자릿수 흑자가 난다고 치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판가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한은 일각에서는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인 160억달러 흑자는 커녕 50억달러 흑자도 버겁지 않겠느냐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이 경제성장과 정책방향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 멀지않았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김종수·최중혁·이기석 기자 js33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