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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취임1주년 기념 특별대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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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성태 총재의 취임 1주년에 즈음해 과 나눈 특별대담 전문입니다.


(김선희 팀장) 총재님 취임 1주년을 맞아 한은소식에서 요청한 특별대담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석조 부실장) 먼저 취임 1주년을 맞는 총재님의 소회를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지요.

(이성태 총재)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최고 책임자라는 자리가 결코 녹록치 않은 참 어려운 자리구나,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한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서 정말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양수 반장) 지난 1년 동안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또 일부에서는 금융의 하부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콜금리목표 변동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총재) 지난 1년 동안의 통화정책은 최근 수년간 누적된 금융완화 기조를 경제활동 속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데 상응하여 그 완화 정도를 줄여나간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취임한 후에 콜금리 목표 조정이 두 번, 예금지급준비율 인상이 한번, 또 총액한도대출 한도 조정이 한번 있었습니다. 이 같은 정책운용은 그동안의 경제 움직임과 정책이 시행된 뒤의 금융시장 동향 등에 비추어 대체로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작년에 우리가 보았듯이 시차는 좀 있을지 몰라도 금융여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수단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격기제의 힘이 커지는 방향으로 금융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시장이 너무 강해져서 정책이 좀 무력해지지 않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격기제가 보다 잘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면으로 보면 그만큼 정책의 효과가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봅니다.

(정 부실장) 최근 당행 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적립금까지 소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주면서 당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당행 수지 적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이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그동안 우리 사회도 좋든 나쁘든 많은 경험을 축적하였고, 여러 분야가 많이 성숙되어 자유시장경제가 어떤 것이고 거기에서 중앙은행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당행 적자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손상시킬 정도의 중대한 어려움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당행 임직원들은 그동안 중앙은행도 하나의 경제주체이고 모든 경제주체는 수지계산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의 당행 수지 문제는 중앙은행이 비록 영리 기업체는 아니지만 수익과 비용이라는 경제현상의 본질을 평소에 늘 의식하고 행동해야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고 봅니다.

잘 알다시피 중앙은행의 수지는 정책 환경에 많이 좌우됩니다. 지난 2~3년이 당행 입장에서는 수지에 가장 나쁜 쪽으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움직인 시기였습니다. 앞으로 국내외 경제 환경이 조금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당행의 수지도 다소 개선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점은 당행 수지 문제는 2~3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장기간 누적되어 온 것인 만큼 해결도 장기간에 걸쳐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작년에 우리가 취한 몇 가지 조치들 중에 원래의 목적은 수지개선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당행의 수익기반을 보강하는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가지고 꾸준히 해결해 나가면 당행 수지 문제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는 통화정책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에 설 시기가 이동하면서 경제지표들이 상당히 불규칙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경제지표에는 항상 여러 가지 노이즈(noise)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방향성을 가지고 수행되려면 경제 분석의 인프라라든지 정책결정의 자질 면에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총재) 앞에서 언급한대로 그동안 금융환경이 가격기제를 더 많이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이에 상응해서 당행은 경제현상을 분석․예측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분석 예측 수단과 모형 개발 등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고 이를 활용하는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연수 인사 등의 측면에서 많은 배려가 있었습니다. 정책결정자인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들도 1998년에 상근제로 바뀐 후 부터 경제현상에 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더 넓고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노력에 힘입어 통화정책의 질이 더 높아지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반장) 통화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민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금통위 회의가 끝난 직후 총재님께서도 기자간담회에서 매우 정제되고 일관되게 발언을 하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민간의 입장에서는 ‘어렵다’ 또는 ‘정답인 것 같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타납니다. 성공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정책 설명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자기를 이해시키려면 사실에 입각하되 목전의 어떤 목적이나 이익 같은 데에 너무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익이나 목적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사실을 보는 눈 자체가 비뚤어져서 자기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만 볼 가능성이 있지요.

너무 그때그때의 상황에 빠지지 말고 가능하면 한두 발짝 물러서서 객관성이나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사실이 보다 정확하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경제변수에 담겨진 뜻을 가급적이면 균형있게 해석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별 월별로 여러 경제지표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서 어떤 쪽으로 치우친 변수들만 주목하지 말고 아까 노이즈라고 그랬지만 서로 다른 변수들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탠다면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 나는 이런 뜻을 말하려고 이 단어를 선택했지만 상대방이 과연 어떤 뜻으로 이것을 해석할까 하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커뮤니케이션에서 크게 낭패 보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부실장) 당행 직원들은 내부 경영혁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승진적체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총재님께서는 당행이 왜 경영혁신을 추진해야만 하는지 그 배경을 말씀해 주시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저하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단기적인 대안이나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질문이 점점 더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웃음) 조직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우리 조직 밖 외부환경이 있고 조직 내부의 구성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환경도 그렇고 내부조직 담당자도 항상 달라집니다. 흔히 외부가 달라지는 것은 잘 아는데 내부가 달라지는 것은 잘 몰라요. 예를 들자면 30년 전 한국은행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은 현재 한국은행 구성원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제도라도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경영혁신이나 경영개선은 언제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기가 처한 상황에 가장 맞는 구조와 운영이 있어야 되는데 자기가 처한 안팎의 상황은 아까 말한 것처럼 항상 바뀌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경영개선이나 경영혁신은 모든 조직, 집단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 항상 실천해야 될 과제라고 봅니다.

당행이 1950년에 설립된 지 벌써 57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당행이 처한 내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경영도 당연히 달라져야지요. 단지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직원들 승진이 잘 안되고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보람을 찾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전체가 외형적으로 뻗어나가던 시기에서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만 발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 임직원들도 옛날식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바뀐 환경에서 보람을 가지고 인생에서 성공하고 직장을 즐거운 곳으로 만들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져야 됩니다. 옛날처럼 외부로 사람을 배출하고 빨리 승진하는 데에서 가치를 찾기보다는 개인이나 소집단의 능률이나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기가 하는 일 자체에서 보람을 가져야 합니다. 옛날에는 현재 내가 어떤 직위․직급에 있다는 것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준비 단계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회가 아니고 현 단계 자체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껴야 하는 사회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정 부실장) 총재님께서는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개인적인 취향을 부하직원들에게 잘 드러내지 않고 부하직원의 창의와 자율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일부 직원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바라보는 총재님의 이러한 리더십에 대해서 총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당행에서 바람직한 상사의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총재) 어떤 집단, 조직을 움직이는 관리자 또는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관리의 요체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권한의 위임입니다. 하급관리자나 부하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권한을 주고 그 범위 내에서 자율적․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가 말한 예외 관리(management by exception)입니다. 통상적인 일은 아까 말한 권한위임의 원칙에 따라 각자 분담해서 하도록 하지만 통상적이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관리자가 스스로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부담이 있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저는 관리자에 있어서의 솔선수범을 그렇게 해석하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부실장) 총재님께서는 당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며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저는 작년에 취임하고 나서부터 발표와 토론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발표하고 토론하는 문화는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아요.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으고 유능한 사람을 일찍 발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능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는 것은 발표를 위한 발표나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것부터 그 일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자료를 모은 후 어떻게 정리하고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업무단계마다 팀장과 팀원이 모여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평소 업무 추진과정에서 대화와 토론을 거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하고 실행을 한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균형 잡힌 결론이 나오고 모든 사람이 참여했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할 때도 추진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뽑아내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면 승진 적체 등에서 오는 어려움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는 여러 국제회의도 다니시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방문해 보시고 하면서 당행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하여 어느 나라 중앙은행의 어떠한 측면을 벤치마킹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아울러 직원들의 자기계발 노력과 관련해서도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함께 해주십시오.

(총재) 국제회의나 심포지엄 컨퍼런스 등에 참석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특히 선진국일수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참가자들이 굉장히 열심히 참여하고 성실하다는 점입니다. 저 사람들이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열심히 하니까 개인적으로도 능력이 더 높아지고 나라도 더 발전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그렇게 열심히 하고 진지한 점에서는 미국사람들한테 배울 점이 많습니다.

또한 통화금융의 실무 면에서는 영국이나 영국과 문화적으로 관계가 깊은 나라가 먼저 시작했고 지금도 영국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가 상당히 있어요.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 system) 등을 그 예로 들 수가 있겠지요. 그래서 영국 사람들이 경제와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상당히 트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창의성과 과단성 면에서 영국사람들한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동남아 중앙은행 사람들은 우리와 비교하여 매우 개방적이고 국제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좋은 점들은 우리가 잘 배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앙은행은 한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조직이어서 또래, 흔히 말하는 피어그룹(peer group)이 국내에 없다는 점입니다. 또래가 있을 때는 경쟁이 있고 소위 말하는 벤치마크라는 것이 있어요. 경쟁을 통해서 서로 주고받으면서 발전해 나가는데 경쟁상대가 바로 눈앞에 안 보이면 자기가 뭘 잘하고 있는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얼른 깨닫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스스로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무사안일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보수적이고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집단이란 말이지요. 그러므로 스스로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반장) 최근 경제가 개방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수물가는 대개 안정이 되어 있는데 과잉유동성 문제로 자산 가격은 크게 상승하는 것이 세계적 현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중앙은행이 소비자물가나 근원인플레이션을 타켓으로 삼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또 일부 국민들은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좀 더 긴축으로 가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당행의 통화정책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총재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총재) 제가 생각하는 통화정책은 금융을 조절해서 실물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거예요. 통화정책이 잘 됐느냐 잘 못 됐느냐 하는 것은 결국 금융이 소망스러운 방향으로 움직여서 그것이 실물경제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궁극적인 잣대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물가지수의 연간 상승률만을 잣대로 하는 통화정책 운용방식은 매우 협소한 거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방식을 선택한 것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통화정책의 근본은 금융을 조절해서 실물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인데 통화정책의 잣대는 그 당시 주어진 금융경제 환경에 따라서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물가목표를 지켰다고 해서 통화정책을 잘 한 것일까요. 물가목표가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고려변수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경제안정이라는 궁극적인 변수를 가지고 통화정책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가목표를 달성했다고 다 끝나는 것도 아니지만 가령 부동산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도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가격만 안정시킨다고 반드시 경제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화정책이란 결국 금융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므로 경제가 안정이 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금융이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소비자물가를 목표 이하로 안정시켰다고 하더라도 통화정책을 잘 수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앵커(anchor) 또는 가이드라인(guideline)으로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 부실장) 당행이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한 지 이제 10년 가까이 되었고 통화정책 운용방식이 금리중심으로 변경되면서 금통위의 위상이 많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나 정치권에서는 당행에 대해 금융안정이나 국가 경제정책 수립 등의 측면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총재님의 견해는 어떠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중앙은행 등 공적 기구는 무엇보다 각자에게 주어진 소임을 맡은 분야에서 잘 해야 합니다. 그 소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수단도 주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물가안정, 통화가치의 안정, 금융안정 등 중앙은행의 목적만을 강조하는데 이와 함께 중앙은행이 어떤 수단을 부여받았는가도 같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 강조할 것은 통화정책의 목표는 경제안정에 있지만 경제안정은 중앙은행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유관기관이 모두 서로 분담하고 협력해서 끌고 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은행이 한국은행에 주어진 수단을 적절히 구사해서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그 자체로서도 긴요할 뿐 아니라 결국 전체적으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은 자기가 가진 자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새로운 업무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역본부의 경제교육, 금융안정분석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금융안정보고서의 발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당행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조사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경제 관련 각종 주제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발간하는 것도 그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본업을 충실히 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또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열심히 하는 것이 당행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반장) 총재님께서 살아오시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것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고 또 제가 글을 읽으면서 총재님께서 어렸을 때 매우 어려운 시기가 있었고 그 난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셨다고 하는데 오늘에 이르게 한 힘이랄까 그런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총재) 사적인 이야기는 별로 할 것이 없고요.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컵에 물이 들어있는데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다면 좋겠지요.

그래서 누가 물으면 나는 ‘비관적인 낙관론자’라고 말합니다. 비관적이라는 말은 어떤 현상을 볼 때 일단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까 말한 대로 상황은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현실에는 늘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비판적이라고 해야 되겠는데 뒤의 표현과 운을 맞추기 위해서 비관적이라고 한 겁니다. 이처럼 일단 비관적인 데에서 출발을 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그래도 세상은 그렇게 엉터리가 아니고 좋은 바탕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한 마디로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 따뜻한 시선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낙관주의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당초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두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아, 이건 중요한 순간이다!”라거나 “여기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나의 일생이 이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저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라고 자신이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느낌이 왔을 때는 결단력이 있어야 됩니다. 계속 주저하고 흘러 가는대로 자기를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갈림길에서 너무 겁을 내어 안전한 쪽만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한 쪽이라고 해서 이득만 있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때로 상당한 정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보태고 싶은 것은 첫 번째 얘기와 통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만족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항상 실수를 하고 항상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다 할 수 있다고 절대 욕심내지 마세요. 어차피 불완전한 존재고 항상 실수하고 잘못하기도 하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그래도 잘했어.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것을 다 할 수 있냐?’하는 식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돼요. 그래야 그것이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 팀장) 총재님, 좋은 말씀 더 듣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이만 마칠까 합니다. 많은 직원들이 총재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좋은 생각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오늘 장시간 귀한 시간 내주신 총재님과 두 분 대담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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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이창수에 소환조사 통보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무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노수 특별검사보(특검보)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처분 당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 한 명을 상대로 오는 22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것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뉴스핌DB] 박 특검보는 이어 "김 여사의 디올백 명품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의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월 초에 있었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앙지검이 두 사건을 수사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 당시 중앙지검장을 지낸 최종 책임자였다. 아울러 박 특검보는 이날 "특검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각 사건의 처분이 있던 당시에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 민정수석,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중앙지검 제4차장 및 디올백 명품 수수 사건의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들의 사무실과 차량, 휴대폰, 업무용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오늘 오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전 민정수석 사진. [사진=뉴스핌DB] 압수수색 대상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심우정 전 검찰총장, 박승환 전 중앙지검1차장검사, 김승호 전 형사1부장검사 등 총 8명이다. 디올백 수수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고가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중앙지검 형사1부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이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2월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여사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고 청탁금지법상 공무원 배우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지난 2일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앙지검, 내란 특검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추가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이날도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앞서 김 여사는 당시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김혜경, 김정숙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고 있나'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같은 달 2일 김 여사 관련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특검팀은 수사 기간이 오는 28일 종료되는 만큼, 남은 기간 수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yek105@newspim.com 2025-12-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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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돈봉투' 윤관석·임종성 등 2심 무죄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관석·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과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명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라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18일 정당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 전 의원과 임 전 의원, 허 의원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의원에게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이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한다.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사진=뉴스핌 DB]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 제기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이정근 녹취록'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의제출됐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르면 적법하지 않은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이정근 녹취록에는 윤 전 의원은 이 전 총장과의 통화에서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돈봉투를)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버젓이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뺏겼어"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윤 전 의원이 언급하는 '3개'가 돈봉투였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자동 녹음 파일이 3만여 개에 달해 정확한 개수나 내용을 파악하고 있기 어려운 사정, 이 전 총장이 원심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휴대전화 내 이 사건 관련 내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죄 증거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또 이 전 총장의 휴대전화는 그의 알선수재 사건 관련 수사 중 제출한 것인데, 이 사건과는 무관하므로 검찰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재판부는 "전자정보 탐색 과정에서 별도 범죄혐의에 대해서 의견 갈리는 경우엔 추가 증거 수집 중단하고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라며 "압수에 관한 절차를 침해하는 내용"이라고 봤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한편 민주당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현 소나무당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박용수 전 보좌관이 사업가 김 모 씨에게 675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여러 의원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윤 전 의원은 박 전 보좌관으로부터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6000만원을 전달받고, 28일 국회 본관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송 전 대표를 당대표로 지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좌장 자격으로 참석해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 전 의원과 허 의원은 이날 윤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알려진 현역 의원 중 일부다. 즉 돈봉투는 사업가 김 씨→박용수·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윤관식 전 의원→현역 의원 20명으로 전달됐다. 관련 인물들은 1심에서는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돼 2심에서 뒤집혔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송 전 대표는 1심에서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나, 돈봉투 살포 의혹인 정당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받았다. 역시 이정근 녹취록이 위법수집증거로 판명되면서다.    100wins@newspim.com 2025-12-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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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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