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안보람 기자] 금융위원회 권혁세 부위원장이 채권 공매도를 원칙적으로 허용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장기채권에 대한 헷지수단이 마련돼 채권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투자자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줌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WGBI 편입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다소의 비판적인 시선도 보이고 있다.
13일 싱가포르를 방문중인 권혁세 부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국체시장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채권 공매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공매도는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주문을 말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을 위한 것"이라며 "WGBI의 편입을 위한 수단"으로 풀이하는 모습이다.
대우증권의 김일구 부장은 "일본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올 때 국채시장에 위험관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공매도 허용을 요구했고 이를 들어준 바 있다"며 "공매도는 장기채권 헤지수단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도수단이 부족해서 금리가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못 올라 갈 수 있다"며 "이론적으로 공매도는 시장 기능이 효율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가 허용되면 금리가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균형가격으로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공매도 등이 허용되기 시작하면 WGBI편입문제도 쉽게 가능해질 수 있다"며 "금리가 올라갈 때 더 빨리 올라가는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외국인들이 장기로 들어올 여지가 많아지는 것이라서 호재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김일구 부장은 아울러 "이는 궁극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WGBI편입을 위한 결정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6월 WGBI편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유동성 제공 및 거래 효율성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매도 허용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전날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인상 가능성이 비춰진 상황에서 이런 소식이 나오는 점은 시장의 심리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들이 요구했던 사항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유동성 강화 차원에서 보면 호재"라면서 "국채선물 말고도 금리상승에 대한 헤지수단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책금리 변화기에 그런게 나온다고 하니 당장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하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동부증권의 신동준 부장은 "공매도의 허용은 채권판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시장참여자들에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리 상승기에는 공매도로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호재다, 악재다를 구분짓기 어렵지만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외국인의 공매도가 변동성과 거래량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커브전략이 좀더 촘촘해지고 본드스왑의 역전폭이 커질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의 김상훈 애널리스트 역시 "공매도허용은 지난해부터 말이 많았던 데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시장 진입을 제약하는 요인 중에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날 금리인상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안좋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공매도 허용을 통해 WGBI에 편입되고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온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권혁세 부위원장은 이날 한 국내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채권 공매도 허용은 WGBI편입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신동준 부장 역시 "WGBI편입에 공매도가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채권시장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해석하는게 무난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