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외여건 뭉쳐 동결쪽 손 들어줄 듯
[뉴스핌=안보람 기자] 14일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참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한 모습이다.
9월 금통위 이후 시장은 '묻지마 강세'가 이어졌고, '더 이상 금통위를 믿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오히려 어느 때보다 궁금해 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가 남은 3개월 장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10월 금리인상을 확신하는 시각이 많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우회전을 한다고 하면 하는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시그널을 표하기도 했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보다 3.6%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 특히 환율을 포함하는 대외여건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 환율움직임 동결 쪽으로 끌고
시장참가자들이 10월 금통위의 금리결정을 확신하는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환율'이다. 환율은 암묵적으로 지난 금통위의 금리동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 이후 환율은 더 큰 이슈로 부각됐다.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환 전쟁'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자국 통화가치 낮추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평가절하된 것으로 인식돼 있는 원화가치는 치솟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가 열렸던 9월 9일 1167.2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 전날 1120.7원으로 3.98%(46.5원) 하락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근간이 수출인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이 달갑지 많은 않다. 수출을 이유로 고환율을 용인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최중경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버티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이 녹록치 많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시장을 흔들리게 했던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세 면제 조치 폐지 논란이 일어난 점은 결국 정책당국자들이 실제 환율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한은이 금리정책의 칼자루를 쥐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 않은 듯하다"며 "9월에도 환율 때문에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가 시장에 나돌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만 보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금리를 인상할 경우 1100원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물가는 금리인상을 부르짖는데
반대로 금리인상을 예견하는 이들의 첫번째 이유는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비 3.6%, 전월비 1.0% 상승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통계치를 발표하는 통계청도, 물가안정을 제1목표로 삼고 항상 모니터링을 하는 한은도 놀랄 만한 수치였다.
작황부진으로 인해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상승한 점이 원인이 됐다.
물론,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더욱이 이슈가 됐던 배추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해서 공급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또 채소류 공급물량 부족 등 교란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9%로 여전히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근원물가는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농산물 등을 제외하고 계산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상승압력을 가할 수 있다.
또 농산물 가격의 높은 상승률은 지난 5월 9.9%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상승폭이 유독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개인 서비스의 약 40%를 차지하는 외식업으로 연결, 개인 서비스요금의 상승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 대외여건이 뭉쳐 동결쪽 손 들어줄 듯
글로벌 경기여건이나 통화정책은 금리동결에 손을 들어준다.
예상을 깨고 호주는 금리를 동결했고, 일본은 인하를 택했다. 11월 FOMC에서 미 연준이 추가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중국이 올 들어 네번째 지준율 인상을 결정했지만, 2개월 동안의 한시적 조치인데다 긴축이라기보다 행정지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G20의장국으로 11월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글로벌 정책에 역행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김중수 총재가 누구보다 글로벌 정책공조를 강조해왔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 경기상황은 중립적
국내 경기여건은 중립적인 요인이다. 절대 수치자체로는 여전히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지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성장세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8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걸은 가운데 경기동행지수도 8개월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광공업생산 역시 7월보다 1.0% 줄며, 10개월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8.29대책 등 부동산 시장 활황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특별히 나아지지 않는 모습도 부담이다.
물론, 경기회복이라는 큰 흐름은 여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8월은 휴가철, 기상이변 등이 겹치는 등 일시적 요인이 컸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기도 하다.
재정부는 "경기확장기에도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사례가 있다"며 동행지수의 하락이 경기고점을 찍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속도는 느리지만 경기회복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시각이며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정상화 차원에서 되돌려야 한다는 당위성이 언급되기도 한다.
또 여전히 회복세를 유지할 때, 혹시 모를 침체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뉴스핌 Newspim] 안보람 기자 (ggargg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