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사가 재계의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의 '젊은삼성' 발언이후, 삼성 연말 인사가 임박해지고 있다. 글자 그대로 '젊은' 삼성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짙다. 삼성측은 '젊은삼성' 의 의미를 세대교체 인사와는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그룹 조직의 수장에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을 내세운 데 이어 후속 인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중순엔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젊은 삼성'이 재계 화두로 등장하면서 샐러리맨들도 삼성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어느 점 심자리에서 '직장인 정년'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평균수명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무원 정년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40대 둘이서 주고받은 대화이니, 어쩌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일 수도 있다. 40대 중반의 대기업 부장인 그는 "기업들은 그래도 여전하다"고 주석을 단다. 그는 "그나마 임금피크제다, 공무원 정년 연장 등으로 약간이나마 근로수명이 늘어날 조짐이었는데, 삼성이 이번 연말에 세대교체형 인사를 하지않을까 약간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가는 길'을 많은 그룹과 기업들이 따라 갔다. 삼성의 전략과 방침은 재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삼성의 연말 인사가 여러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인사는 수많은 40 대,50대 샐러리맨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게 몇가지가 있다. 인사가 그렇고, 박빙의 선거도 그렇다. 장갑을 벗어봐야 아는 것 도 있다. 골프가 그렇다고 한다.
삼성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승진 명단이 발표될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아직은 물음표다. 삼성은 "젊은 삼성은 '창의적 사고를 하는 삼성'을 의미가 아니겠느냐"라는 입장이다.
대기업 직장인에게 정년은 따로 없다. 기업따라 다르지만 대략 만 55세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상무를 달고,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다시 대표이사(CEO)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으나 극소수다. 상무급 임원으로만 승진 해도 '성공한 직장인'으로 평가받는 게 요즘이다. 기업별로 형편은 다르지만 40대 후반에 임원을 달지못하면 몇년 지나지 않아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한다. 매년 임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낮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50대 샐러리맨은 '위험지대'에 놓여있다. '정든 직장, 생존의 직장'을 떠나 제 2의 삶을 준비해야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평균수명도 늘고있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정년퇴직 후 최소한 25년 을 다시 꾸려가야 하는 게 한국 샐러리맨에게 닥친 현실이다. '인생의 이모작'을 권하는 사회에 살고있는 셈이다.
50대 부장들에게 직장은 '생존 그 자체'다. 자식들에게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국민들이 오래 살아야 한다"며 담뱃값을 올리고 금연구역을 갈수록 늘려가고 있다. 평균수명은 날 로 늘어가는 데, 직장 수명은 줄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수 없다.
50대들은 그들만이 가진 경륜과 연륜이 있다. 트위터나 스마트폰에는 젊은층에게 뒤질지 모르나 시행착오 를 줄이는 '지혜'가 있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다양하다. 그 옛날 공자가 지칭한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바로 50세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50대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짐을 싸야한다면, 그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분명 적잖은 '비용'이고 ' 손실'이다.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농익은 스킬을 회사를 위해, 사회를 위해 펼칠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어가는 것도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번 삼성의 연말인사가 나이를 잣대로 한 '젊은 삼성'이 아니고 열정과 창의를 기준으로 하는 '젊은삼성' 이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산업부장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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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규석 부장 (newspim200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