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급 대출자금이 우량한 외국계 대형은행들에게 절반 이상 지원됐으며, 한국 은행권에서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연준이 금융위기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인 기간제 입찰제도(TAF)를 통해 지원된 자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의 은행들에게 지원됐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당시 금융 시장에서 유동성이 크게 소진되자 연준은 TAF를 통해 1개월 단기대출을 지원했으며 지난 2008년 8월에는 3개월 대출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의 라보뱅크와 캐나다 토론토도미니언(TD) 은행 등 당시 최우량 'AAA' 신용등급을 받고 있던 외국계 은행들에 총 200억 달러 이상이 지원됐다.
TD의 에드 클라크 최고경영자(CEO)는 유동성 문제는 없었으나 TAF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성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TAF 자금을 통해 지원받은 자금 규모는 크지 않았다"며 "이곳 저곳에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하다보니 유리한 조건에 따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여름 TD는 10억달러의 자금을 2%에서 2.5% 수준의 낮은 이율로 융통할 수 있었다.
당시 TD가 연준에 제공한 담보의 80%는 신용등급이 B 등급에 불과했고 또한 당시 시장의 채권수익률은 7%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따라서 TD는 2008년 한해 동안 매달 대략 400만 달러 수준의 차익을 챙겼던 것으로 추산된다.
클라크 CEO는 당국이 당시 우량한 은행들도 TAF 자금을 사용하도록 독려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실한 은행들이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국면에서는 경제 원칙에는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스템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것도 있다"며 자신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1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TAF 제도를 통해 시장에서 부실은행들이 드러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라보뱅크도 TAF 자금을 금융시장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올해 1월까지도 대출 잔액이 50억 달러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언급을 꺼렸다.
연준은 그동안 위기 국면에서 지원된 자금은 모두 이자와 함께 상환받았으며 당시 제도의 목적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었다고 밝혀왔다.
한편 한국의 하나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도 당시 B 등급의 담보를 제시하고 TAF 자금을 지원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기 상황에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옵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