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소금융·햇살론에 2금융권 대출금리·수수료 인하, 친서민 봇물 이뤄
- 시장원리 어긋나고 정부 컨트롤 타워 없어, 부작용없는 정착 미지수
[뉴스핌=한기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 정권의 서민금융정책들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2010년은 기념비적인 해였다.
‘미소금융, 햇살론(서민금융회사 보증부 대출), 희망홀씨대출(은행의 서민대출)….’ 등 주축 정책만 해도 서너 가지가 넘는다.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들의 금전적인 지원에 캐피탈,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수수료 폐지 및 금리 인하 등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며, 정부의 서민정책과 흐름을 같이 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이 중복되는 문제점을 낳았다. 금리 수준도 많이 낮아 수요가 급증해 재원고갈과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새해에는 서민금융 수단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서민금융 3인방 흥행은 일단 대박
서민금융 ‘3인방’ 햇살론, 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을 이용한 계층은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규모로도 1조 6000억원 이상이 풀렸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신용회복기금도 2008년 12월 개시 이후 신용회복지원자 수가 20만명, 지원금액 1조원을 올해 넘겼다. 이 정도면 흥행 대박이다. 곧 재원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우려가 나왔을 정도였다.
미소금융은 재계는 물론 금융계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같은 대기업과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회사들이 출자해 판을 크게 키웠다. 또 저리대출에만 머물지 않고 창업 등을 지원하며 대출자의 자활을 돕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에 대출지점이 100곳을 돌파했고, 사업개시 1년만에 2만명이 넘는 저신용자들이 혜택을 받았다.
햇살론은 지난 7월말 선보인 이후 5개월 새 15만여명에게 총 1조 3000억원을 지원했다. 최소 금리 30% 이상이 넘는 이자를 지불하며 대부업을 이용했던 저소득층들을 연 10% 대의 금리로 갈아타게 해준 것이 인기 비결이다. 게다가 통상 저신용계층으로 분류되는 신용 7~10등급에서 6등급까지 확대하며 수요확대를 불렀다.
희망홀씨대출은 최근까지 2만여명이 넘는 소외계층에 총 1598억원의 저리 자금을 빌려줬다.
◆ 2금융권 금리·수수료 인하 비자발적 수용, 속병 잠복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소금융 대출 현장을 방문해 "캐피탈사(할부금융회사) 금리가 연 40~50%"라는 말에 대해 "사회 정의에 안 맞는다"고 비판한 데 이어, 캐피탈사 금리는 연 30%대라는 해명이 나오자 같은 달 25일엔 "연 30%도 고금리"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캐피탈사는 물론 2금융권 전체가 바짝 긴장했다. 이 대통령의 입에서 ‘금리’를 문제 삼은 말이 나온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여권도 합세하며 시중은행들에게 “순이익의 10%를 서민기금으로 내라”고 했다. 정치권은 그동안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낮추거나 신용카드와 가맹점간 수수료 인하에 주력해왔었다.
이에 따라 캐피탈업계는 사별로 대출금리 인하를 실시했다. 롯데캐피탈은 지난 달 최고금리를 29.99%로 인하했고, 현대캐피탈도 내년 초부터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기존 34.99%에서 29.99%로 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8월 최고 금리를 5% 포인트 인하하고, 취급수수료를 폐지했다. 따라서 최근 5개월 새 최고금리가 12.5% 포인트나 낮아진 셈이다.
대부업체들도 내년부터 대출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대출을 신청한 고객의 최고금리를 대폭 인하키로 했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올해 8월 최고금리를 38.81%로 인하한 데 이어 내년부터 상위 10% 우량고객에 대해 33.9%의 최고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 2위인 산와머니는 직접 대출 신청 고객의 최고금리를 연 36.5%에서 33.9%로 인하하는 한편, 중개업체를 통한 대출의 최고금리도 36.5%로 내릴 예정이다. 웰컴크레디트라인과 바로크레디트도 최고금리를 현행 44.0%에서 39.0%로 5%포인트씩 내리고, KJI는 1월 중순께 39.0%로 인하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지난해 1~9월 평균 26.0%였던 것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23.30%로 하락했으며 카드론 이자율도 같은 기간 19.13%에서 16.32%로 떨어졌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하락했다. 2000년 말 2.92%였던 카드가맹점 수수료는 2008년 말 2.22%, 2009년 말 2.15%, 올해 4분기 말 2.11%를 기록하며 내리막을 타고 있다.
◆ 시장원리 충돌 없애고 장기 지속 가능책 모색해야
서민금융정책은 ‘콘트롤 타워 부재’, ‘지원방식 문제’, ‘장기적으로 위축 가능성’이라는 숙제도 안겨줬다.
주관부처가 다양하게 분산돼 있고, 특정 사업과 연계해 이뤄지고 있어 서민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교통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저금리 융자 지원 방식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유인이 있고,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시장원리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정책금융공급은 서민금융기관의 고객기반을 잠식하고 보수적인 영업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켜 중장기적으로 서민금융 전체의 공급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시장원리에 따른 수급균형과 금리안정화가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민금융에 대한 확고한 원칙에 기반을 둔, 정책방향과 체계적인 추진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