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2월 임시 국회 앞두고 정치권에 당위성 설득 나서
-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 ‘전(錢)’ 바닥, 금융권의 수혈 절실
[뉴스핌=한기진 기자]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위한 예금보험기금 내 ‘공동계정’ 신설을 강력히 반대했던 은행들이 한발 물러섰다. ‘긴급한 비상상황’이라는 조건을 달면, 찬성하겠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은행 보험사 모두 무조건 찬성해야”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와 관계 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공동계정 설치의 당위성을 설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계정 설치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될 것이 유력하다. 여기에서 정부의 뜻이 관철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간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반대 입장서 한발 물러선 은행들
은행장들은 지난 10일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한시적 공동계정 설치를 논의했다.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한데 무조건 (공동계정을) 반대만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안다”고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영국식’ 모델이다. 금융권 특정 부문에서 부실이 급작스럽게 커질 경우, 나머지 금융권의 계정에서 적립금을 갹출해 지원하는 한시적 방식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2009년 영국 손해보험업계의 부실 문제로 금융권 전체가 위협받자 은행 등 금융권이 공동계정으로 손보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원해, 사태를 수습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 공동계정에 출연한 재원으로,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사들인 이후 이 채권을 되팔거나 정상화되면 회수된 자금은 출연 비율에 따라 은행들에 돌려주는 방안도 검토됐다.
정부안은 예보기금에서 기존 적립액 중 50%와 앞으로 낼 적립액 50%를 공동계정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금융권역별로 기금 목표를 채우면 보험료를 감면받을 수 있고, 그 목표 기금 규모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수정안도 제시했다.
◆ 저축은행 부실 막다른 골목, 금융당국 사정도 급해
이 같은 절충안을 접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2일 “IMF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은행들은 80조원, 보험사들은 20조원이나 받아놓고서는 저축은행 부실해결에 금융권 차원에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세게 나올 수 밖에 없는 데는 나름 사정이 있다.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는데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해결에 필요한 돈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공동계정 설치’를 밝히기까지 했다.
저축은행 부실 해결 수단으로는 공동계정외에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저축은행 부실채권 인수 3조 5000억원 배정)과 인수합병(M&A) 등 세가지 밖에 없다. 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은 국민 세금으로, 정부 입장으로서는 선뜻 사용하기가 부담된다. 그래서 부실해결의 최후 단계에서 투입된다는 ‘원칙’이 있다. 자금계획을 정부에 제출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심사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예보기금에서 저축은행 보험기금은 무려 2조 3036억원(지난해 6월말 기준)이나 적자가 났다. 공동계정과 M&A를 동시에 조속한 진행이 급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관계자들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공동계정 설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잇단 접촉에 들어갔다. 오는 2월 열릴 임시국회때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정치권의 압력이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에 미치기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을 만나 수정안을 설득하고 있고, 김석동 위원장이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 등에서 대책반장을 일했는데 훨씬 해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공동계정 신설을 낙관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