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기자] 4년여의 진통끝에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M&A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음에 따라 건설업계의 다음 M&A가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건설업계의 종가(宗家)'로 알려진 현대건설은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범현대家 정통성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까지 맞물리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현대건설 M&A는 지난 대우건설 M&A에서 드러났던 인수가 고평가 현상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주요 M&A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진행된 쌍용건설 M&A에서는 우선 매각 협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이 높은 인수가를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가격은 4년여전 대우건설 인수가 보다 1조원 이상이 낮아진 5조1000억원으로 결정될 예정인 만큼 거품없는 가격에 건설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현대건설 M&A가 사실상 현대차 그룹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건설업계 M&A 시장은 휴장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건설업 자체가 매력을 잃은 데다 쌍용건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매력있는 매물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대우건설, 쌍용건설,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M&A 때마다 인수 여부를 저울질 했던 '유력 후보' 기업들은 일단 M&A작업에 손을 거둔 상태다.
우선 쌍용건설 인수에 나섰다가 230억원대의 인수 보증금만 날린 동국제강은 회사의 현안인 브라질 고로사업에 대한 집중을 이유로 건설사 M&A에 나서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의 회사 상태가 건설사 M&A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당분간은 M&A 시장에 동국제강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건설사 M&A 희망업체인 STX그룹도 업체 인수합병 보다는 갓 출범한 그룹 계열사인 STX건설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간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며 "건설사 추가 M&A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밖에 유진그룹은 재무건전성을 가까스로 확보한 상태인 만큼 건설사 M&A에 여력을 두지 못하고 있으며, 대한전선 역시 TEC건설과 남광토건 인수에 따라 더이상 건설사 M&A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이 건설사 M&A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업종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 가장 크지만 향후 나올 건설사 매물도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시작될 건설사 M&A 매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분 38%를 보유한 쌍용건설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과거 동국제강의 실패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우리사주 조합이 갖고 있는 지분 우선 매수청구권으로 인해 타 기업의 인수가 쉽지 않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반드시 쌍용건설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24.72%에 김석준 회장 보유 지분과 쌍용양회 지분 등 우호지분을 합치면 안정적인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타 기업으로서는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도 쌍용건설 M&A가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건설사 M&A 시장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이는 새로운 건설사 M&A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세차례의 건설사 신용위험성 평가로 인해 워크아웃과 퇴출 대상이 된 건설사들이 올 하반기 이후 새롭게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루머가 심심치 않게 퍼지고 있는 H건설, D건설, 또 다른 D건설 등은 주택전문업체라는 약점은 있지만 과거 탄탄한 사업실적을 보인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 이들 업체들이 매물로 나오면 건설업 진입 희망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건설업종이 힘들고, '못먹을 감'인 쌍용건설만 매물로 예고돼 있어 건설업 M&A는 재계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면서도 "새로운 매물이 나오고, 건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건설업 M&A 시장은 다시 달궈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 M&A의 유력후보군으로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 여전히 동국제강을 1순위로 놓고 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그룹의 사업 성격상 건설업 진출이 가장 유력하며, 쌍용건설 인수포기 이후에도 대우건설 인수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건설업계 M&A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밖에 LG그룹 등 건설업에 진출하지 않는 그룹사들도 여전히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건설사 M&A를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지만 건설사에 대한 평가가 크게 낮아진 요즘이 오히려 건설사 M&A 기회라는 인식도 높다"며 "어떤 매물이 나오느냐에 재계의 관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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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