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말은 많지만..” ‘정부가 뭔지”
[뉴스핌 Newspim] 이명박 정부가 물가와 전쟁을 치르는 데 ‘올인’(All-in)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 5%, 물가 3%'라는 국정목표를 설정하고 물가잡기에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재정부장관이 특정품목 값이 비싸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지경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 고위관료가 업계CEO를 잇달아 만나면서 '물가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한 데이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도 6.2%로 급등했다. 새해벽두 정부는 물가종합대책을 내놓고 한국은행도 이례적으로 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물가안정의 타깃이 되고 있는 정유업계와 IT 업계, 유통업계에서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에 대해 정면반박은 자제하면서도 시장의 논리보다는 통제중심의 관치경제가 부활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짓누르기는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현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특히 정책적 수단들은 합리적인지 등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뉴스핌=김홍군 기자]“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물가안정 차원에서 기름값을 내려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방침에 협력하겠다.”(SK이노베이션 구자영 사장, 2월10일 출입기자 간담회)
“고유가 시대에 할 수 있는 걸 빠른 시일내 깊이 연구할 것.”(2월11일 GS칼텍스 나완배 사장, 공정위 CEO 간담회)
국내 정유업계 1, 2위 업체의 CEO가 최근 기름값 논란에 대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경제부처장관들이 앞다퉈 정유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부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국내 휘발유값이 OECD 평균보다 비싸다” “원가를 직접 계산해 보겠다”(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그동안 국제 가격과의 비대칭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유사의 공급가 인하를 재촉하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EO들의 발언이 어디까지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부를 의식해 나온 의례적인 발언일 뿐 속마음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정부와 대척점에 서고 싶은 기업이나 기업인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정부가 정유사들을 눈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CEO들이 물가를 잡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윤증현 장관의 국내 휘발유가격이 OECD 평균가격보다 높다는 발언을 반박하는 자료를 석유협회 차원에서 준비했지만 지경부의 제지를 받고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등살에 제대로 할 말을 못하고 있는 정유업계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해 놓고 안되면 기업들을 윽박지르는 것이 만성화돼 있다”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나치다 못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가격공개 등 그동안 정부가 요청한 9개 가격인하 정책을 다 따랐지만,그 효과에 대해선 검증이 안된다”며 “현재로서 유류세 인하를 배제하고 석유가격 인하를 위해 또 다른 수단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에 대한 비판은 연 초부터 가격인상 자제 압박을 받고 있는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프링을 너무 세게 눌렀다 떼면 확 튕겨 오른다”며 “정부가 시장에너무 깊숙히 관여해 문제를 더욱 키울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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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