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기획재정부 임종룡 제1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기자실을 찾았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았던 '배경브리핑'이 갑자기 열렸다.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유가 및 통신비 관련 내용이었다.
명목상 '배경브리핑'이었지만 실제로는 최근 정부가 강하게 압박하면서 업계와 휘발유가격 결정구조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자 이에 대한 '해명브리핑'에 가까웠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지난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국내 휘발유 세전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가보다 13.5%가 높다"며 정유사의 가격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전날 경제 5단체장들과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한 뒤여서, 이날 발언은 예상 밖이었고 또 수위도 높아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정유업계에서 "보통휘발유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오히려 낮다"며 윤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임종룡 차관의 갑작스러운 '배경브리핑'은 업계의 반발에 대한 정부의 재반박인 셈이다.
임종룡 차관은 "정부가 사실을 과장했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해 정확하게 해명을 하고자 한다"고 배경브리핑의 '배경'을 직접 밝혔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석유공사 오피넷(OPINET)상의 휘발유 가격 수치와 차트를 제시하면서 업계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정부가 보통휘발유가 아닌 고급휘발유를 기준으로 국내외 휘발유 가격차를 비교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보통휘발유의 경우 우리나라가 4개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인 것은 맞지만, 4개국 자료만이 제공되고 있어 국제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 차관은 "고급휘발유든 보통휘발유든 국내 휘발유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상승했다"는 논리를 새로운 카드로 꺼내들었다.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지난 1월 3주까지 기간 동안의 휘발유가격 상승속도를 비교하면서, 고급휘발유의 경우 OECD평균이 리터당 260원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357원 급등했고, 보통휘발유도 330원 상승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373원이나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어 임 차관은 "국내외 석유제품 가격 격차가 확대된 것이 최근 정유사 이익이 크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유업계를 재차 압박했다.
물론 업계에서도 "휘발유값 비교만 해도 나라마다 제품품질 등이 달라 비교에 한계가 있다"며 "비교 시점과 기간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론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임 차관은 브리핑을 하면서 "정부에서 과장하거나 확대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물가잡기'에 올인(All-in)한 정부의 진정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서운함도 배어났다.
사실 업계의 설명대로 비교 시점과 기간 등에 따라 수치는 다소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설명과 해석이 과도하게까지 무리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대목이 있다. 어느 정도 정부의 진정성도 묻어나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휘발유가격을 둘러싼 정부와 정유업계의 논란이 왜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큰 물음표를 그려야 한다고 본다.
임 차관이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것이 아니라 현장행정"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관치경제가 부활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는 '진실공방'을 이미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방적인 힘으로 업계를 짓누르고 있고, 또 짓누르기는 할 수 있겠지만 결국 '근원처방'을 이루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높다.
또 오히려 정부가 스스로 성장에 집착하다보니 물가정책을 온전히 펴지 못하고 있으며, 새해 들어 물가가 오르자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인기영합적' 대증책을 펴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대기업들을 향한 '힘의 논리'가 연쇄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한테 전가되고, 결국에는 서민경제에 '부작용'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말로 정부가 독과점구조의 산업을 개편하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올 한해 '성장 5%, 물가 3%'라는 단기 목표에 집착해 '돌발적'으로 '압박카드'를 꺼내들지 말고, 시장이 예측가능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Road-map)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정부 차관이 '이례적'인 해명브리핑을 통해 '진실공방'에 나설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학계, 정계에서 비판하고 있는 '관치경제 재연'이란 우려섞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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