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현대모비스가 일본 자동차 부품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면서 고무된 분위기다.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에 2억달러 상당의 헤드램프, 스바루 자동차에 3300만달러 상당의 리어램프 등 총 2억 3300만달러(한화 약 2560억원)의 부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키로 한 것.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부품 수주 건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품의 해외 수주 규모로는 지난 2009년 GM으로부터 수주한 2억 6000만달러의 중앙통합스위치(ICS) 다음으로 큰 공급 계약이고, 더구나 장벽 높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각별한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9일 회사 관계자는 "램프의 일본시장 진출은 국내 부품업체로는 처음"이라면서 "아직 양산이 안되서 시장으로부터 검증받지 않은 부품임에도 일본 업체들이 선택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특히 공개 입찰로 진행된 이번 공급 계약에서 현대모비스는 일본 최고의 글로벌 램프 회사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선정됐다. 램프사업을 시작한지 4년만의 쾌거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에서도 "그만큼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향상된 것"이라며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수주전은 기술력의 승부였다. 현대차가 지난 2001년 아반떼, 쏘나타 등을 가지고 일본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2009년 사업 자체를 철수한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현대모비스가 처음으로 일본 부품 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코트라 주관으로 일본에서 개최된 '한국부품의 날' 행사에 램프 부품을 들고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미쓰비시 자동차는 현대모비스의 램프 부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양사간 부품 공급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8월 현대모비스가 미쓰비시를 방문해 첫 프리젠테이션을 개최한 이후, 미쓰비시 경영진과 실무진이 램프를 생산하는 김천공장에 수시로 방문하면서 기술력을 확인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소 미팅 등이 수차례 이루어지면서 기술력에 만족감을 보인 미쓰비시 측에서 경쟁입찰에 참여해보라는 통보를 해왔다"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 수출이 걸음마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에 반한 미쓰비시 측이 입찰을 권유해 그 기회를 잡게 된 것"이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이번 부품 수주를 계기로 일본 완성차 시장 재진입에 일부분 자신감을 얻게 됐다.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빅3 업체에 대한 부품 수주는 아니지만 1990년대 '현대차의 선생님'으로 불리던 미쓰비시가 '현대'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그룹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시장 자체가 독일차·부품이 아니면 자신들의 기술력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곳인데, 최고 품질 시장에 진출했다는 건 큰 의미"라면서 "현대차도 대외적인 여건이 되면 다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가 미쓰비시에 공급하는 헤드램프는 할로겐, HID, LED의 세 종류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예정인 LED 헤드램프는, 지난해 10월 현대모비스와 삼성LED가 순수 국내 기술로 공동 개발한 첨단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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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일본 오카자키에서 열린 ‘Mobis Tech Fair’에서 현대모비스 동경지사 아오야마 차장(맨 왼쪽)이 미쯔비시 아까시 구매 副부문장(왼쪽에서 네 번째)에게 LED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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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